[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돈의 움직임에 주목할 때 – 줄어든 유동성, 역(逆)머니무브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돈의 움직임에 주목할 때

줄어든 유동성, 역(逆)머니무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돈의 흐름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근래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의 자산시장이 전례 없는 폭등을 거듭한 가장 큰 원인이 유동성 때문이었음을 감안할 때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돈의 흐름 변화에 시장참여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201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M2

5월 12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3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58조 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 1000억원(0.1%) 감소했다. 광의 통화량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18년 9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 예금 등 당장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돈뿐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함된다.
 

1654151302_I32PjtxV_7707.jpg통화 및 유동성 지표 추이 ⓒ출처 : 한국은행

3월 유동성이 축소된 것은 금전신탁(-10조 5000억원)과 MMF(-8조 9000억원)의 감소 폭이 컸기 때문으로 반면 정기 예적금은 한 달 전보다 8조 2000억원 증가했다. 물론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하겠지만 M2가 감소한 건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자금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역(逆)머니무브의 시간

5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26일 기준 712조1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696조5990억원에서 한 달 새 15조5740억원이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정기 예금은 660조6399억원에서 675조3495억원으로 14조7096억원, 정기 적금은 35조9591억원에서 36조8235억원으로 8644억원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하는 등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p 높인데 따른 것으로,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2.25~2.5%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 중이다. 신한은행은 30일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 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대표 적립식 상품인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 1년만기는 최고금리 연 4.6%로 변경했으며, 서민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적립식 상품인 신한 새희망 적금 금리는 0.3%p 인상돼 최고 연 5.0%가 적용된다.

한편 우리은행은 22개의 정기예금과 16개의 적금 금리를 27일부터 최고 0.40%p 인상했고, NH농협은행도 수신 금리를 최대 0.40%p 인상할 예정이며, 하나은행도 30일부터 예·적금 등 총 22개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25%p 올리기로 결정한 상태다.

기준금리가 연말 2.5%언저리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중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레이스도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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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자료사진) 2022.05.27 ⓒ민중의소리


통화량은 줄고, 돈은 은행으로 향하고


주지하다시피 근래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극단적인 저금리가 가장 주된 원인이다. 극단적인 저금리는 은행 등의 금융기관 예적금에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의 자산시장으로의 대규모 머니무브를 야기하고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비용을 낮춰 시장참가자들로 하여금 빚내서 자산투자에 나서는 걸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로 완전히 바뀌었고,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언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통화량은 줄어들고 돈이 자산시장에서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 되는 중이다. 만약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하락이 본격화되면 자금의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호흡을 길게 가지고 인플레이션의 추이, 기준금리의 향방, 통화량의 증감 및 자금의 이동흐름 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민중의 소리 2022년 6월 3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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