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온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 변곡을 알리는 신호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뀌거나 바뀔 조짐이 보이자 부동산 시장에 앞서 가상화폐시장과 주식시장이 이미 연일 급락에 휘청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사면초가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악재(?)들을 살펴보자.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세계은행이라고 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파월은 “노동시장과 물가의 놀랄 만한 진전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에는 더는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통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이유”라고 발언했다. 아울러 파월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의 발언을 정리하면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치 않다. 연준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추세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다’정도 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근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폭등을 촉발시켰던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는 뜻이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미국에 비해 기준금리 갭이 1.00~1.25%로 여유가 있지만, 올해 안에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추세적으로 단행한다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시장의 컨센서스인 1.75%를 넘어 2%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거래가 꺾였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떨어져 2020년 5월 넷째 주(-0.02%) 이후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폭등한 경기도 아파트값도 2019년 8월 셋째 주(-0.01%) 이후 2년5개월 만에 보합으로 전환됐다.
매매시장 뿐 아니라 전세시장 역시 하락세가 완연하다. 수도권 전셋값이 0.02% 떨어져 2년6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주택시장의 대바닥이던 2012년을 방불케 하는 거래량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12월 매매량은 1,11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11월 1,163건보다 적은 수치다. 충격적인 거래량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작년 9월 2,705건, 10월 2,205건, 11월 1,371건, 12월 1,117건으로 수직 하락 중이다. 통상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5,000건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서울아파트 작년 연간 매매량도 4만2218건으로 2020년의 8만1198건에 비해 절반으로 격감했는데, 이는 서울아파트 시세가 대바닥을 찍었던 2012년 4만10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서울 아파트 1월 매매량도 2월 3일 현재 537건에 불과해 작년 12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서울 등의 주택시장은 거래가 사실상 얼어붙은 빙하기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온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가 추세적 상승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기준금리의 추세적 상승은 자산시장에서 예·적금으로의 돈의 대이동을 초래할 것이고 레버리지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꺾였다는 점, 가격의 선행지표라 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는 점, 대통령이 누가 되건 최소 250만에서 최대 311만호(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의 1기 신도시가 8개에서 10개까지 새로 생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의 신규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 등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명해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민중의 소리 2022년 2월 6일>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