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가 3년 만에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리기 위한 세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전임 정부의 감세정책 원상복구는 사실상의 증세를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은 법인세를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고,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의 기준도 원상복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기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배당 분리과세도 시행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8조 원가량의 추가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관련 과세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돌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동산 시장 하향안정화를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초토화시킨 종부세라도 속히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복원과 대주주 기준 정상화에 나선 이재명 정부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법인세를 원상복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25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세제 기틀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정책 청사진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세법개정안’ 대신 ‘세제개편안’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세수기반 확충’에 방점을 찍었다. 3대 세목(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중에 법인세부터 수술대에 올렸다. 소득세와 부가세는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아 폭넓은 조세저항 등으로 쉽게 손대기 어려운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행 법인세는 4개 과표구간에 따라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19%,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세제개편으로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인하된 결과다. 이재명 정부는 이들 4개 구간의 세율을 모두 1%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 양도세를 내는데, 앞으로는 10억 원 이상 보유자도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 역시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원상복구하는 조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환원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는 0% 세율(농어촌특별세 0.15% 별도)이 적용되고 코스닥 시장 등은 0.15% 수준이다. 정작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거래세만 인하된 기형적인 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미도 깔렸다.
조세형평성을 고려해 ‘과세 사각지대’였던 감액배당에는 과세가 이뤄지고, 금융·보험업체의 이익 1조 원 초과분에는 교육세 세율을 0.5%에서 1.0%로 0.5포인트 인상한다. 교육세가 도입된 1981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면서 기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조단위 수익을 올리며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해왔다고 비판한 대형 금융회사들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5년간 8조 1672억 원(전년비 기준·순액법)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인세가 4조 5815억 원, 증권거래세가 2조 3345억 원, 교육세를 비롯한 기타 세목이 1조 2880억 원씩이다. 소득세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2296억 원가량 세수가 줄어든다. 기준연도 기준으로 계산(누적법)한 세수 효과는 5년간 35조 6000억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죽이기’가 이른바 ‘한강벨트’를 불타오르게 만든 원인 중 하나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을 파탄으로 몰고 간 전임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백지화하고 원상회복시키는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대목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보유세 정상화에 대한 메시지가 일절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아쉽다. 보유세만큼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부동산 자산 양극화 완화에 효과가 큰 세금이 없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유세의 중핵은 아무래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일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형해화에 올인한 정부였다. 윤 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2022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공시가격 현실화율 70% 적용 시 시세 17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 다주택자의 경우 9억 원 초과 시로 상향 변경해 부자들의 세 부담을 낮춰준 바 있다. 또한 윤 정부는 종부세 세율 인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과표 12억원 이하 3주택자 중과 폐지, 공정시장가액비율 60% 하향 유지, 등록임대주택 합산 배제 등의 방법을 통해 종부세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죽이기에 힘입어 종부세 과세인원과 과세금액은 격감했다. 종부세(주택, 토지) 과세 인원은 2022년 131만 명에서 2024년 55만명으로 감소했고, 종부세액은 2022년 7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5조 원으로 격감했다.
종부세가 형해화됨에 따라 특히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이른바 한강벨트(강남 3구, 강동구,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양천구 등)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전세라는 레버리지에다 은행에서 거액 대출을 받아 한강벨트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기대수익률을 낮출 종부세마저 무력화 되었으니 투기의 불길을 막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5000포인트 달성을 위해서라도 보유세 정상화가 긴절해
다행히 초고강도 대출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6·27대책으로 서울 전역으로 번지던 투기의 불길은 일단 잡은 상태다. 6·27대책은 대책이 투사된 타이밍과 시장의 예상을 아득히 상회한 강도라는 두 가지 요소를 구비했기에 강력한 정책효과를 발휘 중이다. 이재명 정부를 평가해 줄 대목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멈춰선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종부세를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돌리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정상화하고, 세율을 정상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종부세 정상화 천명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백지화시키는 중대한 업적일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햐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희망하는 자본시장 활성화나 임기 내 종합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과 금융이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대거 들어와야 한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금융에 대한 강력한 대출관리와 더불어 종부세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기대수익률 하락 견인이 필수적이다.
때마침 이재명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 고(高)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넣은 만큼 종부세 정상화에 필요한 명분은 축적됐다고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종부세 정상화 로드맵을 밝힐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