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전임 정부의 정책기조와 기준금리의 향배에 주목하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정부시대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의 영역이다. 다만 우리들은 몇몇 합리적인 논거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뿐이다.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와 기준금리의 추세가 그 합리적인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과거에, 미래는 현재에 각각 영향 받는다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후임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폭등하는 부동산 때문에 임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한 문재인 정부가 그 좋은 예다. 문재인 정부의 전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 일관성을 지닌 정부였다. 여기서 일관성이라 함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일관성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자를 세대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1주택자의 경우는 기준 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으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입하여 과세표준 현실화율 상향을 중단시켰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했으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가 하면,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완화시켰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많은 특혜를 부여했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시켰고,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도 폐지시켰다. 한 마디로 말해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 인상 이외의 정책 수단은 거의 대부분 동원한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 역시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이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폐지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며 LTV 및 DTI를 공격적으로 완화하기까지 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적극 호응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금리, 대출, 세제, 청약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시장정상화 조치들을 무력화하고 경기부양에 올인한 후폭풍은 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강타한다. 시간이 걸릴 뿐 전임 정부의 정책의 누적은 반드시 후임 정부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그럼 여기서 윤석열 정부 시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일별해 보자.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기조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틈만 나면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표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라는 정책기조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 하에 포용적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책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공급책을 추진한다고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8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들을 숨가쁘게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은 크게 수요억제와 공급확대의 두 축으로 이뤄졌다. 재임 시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 등의 원인으로 인한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라는 제약이 엄존했음을 감안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부동산 관련 세금 중과와 대출에 대한 강력한 관리를 통해 투기적 수요의 부동산 시장으로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성적표를 손에 쥘 수 있었을 것이다. 뼈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2018년), 고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출관리에 방점이 찍힌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2019년), 법인과 재건축 규제에 초점을 맞춘 ‘6.17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2020년), 다주택자들을 타겟으로 해 취득·보유·처분의 전 단계에 걸친 세금 중과에 방점을 찍은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2020년)들이 함의하듯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시장의 안정을 꾀했고, 이는 윤석열 정부 시대 부동산 시장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10년에 걸친 저금리 기조가 저물다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기준금리다. 아래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그래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나듯 대한민국은 근 10년에 걸친 저금리 기조가 저물었다. 2011년 6월 3.25%부터 추세적으로 하락해 2020년 5월 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이라는 점, 인플레이션 압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의 상승 추세가 단기간 내에 꺾일 것 같지는 않다. 2014년 이후 거의 8년 동안 지속된 부동산 대세상승이 무엇보다 저금리에 크게 힘입었다는 사실을 숙고할 때 기준금리의 상승추세는 윤석열 정부시대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윤석열 인수위는 부동산에 관해 언급을 자제 중이다. 하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가 어떻게 될지를 속단하긴 이르다. 허나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기준금리의 상승추세를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 활황장을 기대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