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 입장이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퍽 바람직한 일이다. 보유세는 가장 좋은 자산세인 데다 투기 억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세금으로 자산 불평등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반드시 강화되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긴절하다.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이 29일 “장관 입장이 아닌, 인간(개인) 김윤덕 입장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지난 7월 말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보유세에 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 장관은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주택 정책 가운데 세제 강화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국토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 소관인) 세제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여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사실을 거론하며 “단발성이 아니라 차분하게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주권정부는 원칙적으로 늘 종합 대책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이 열린 형태”라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19%로, 상당히 오르는 추세를 보인다”며 “매우 유심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장관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는 계속 듣고 있다”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하긴 했지만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김 장관의 발언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한 6·27대책과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는 내용의 ‘9·7 대책’이 생각만큼 서울 아파트 시장을 규율하지 못하는 듯한 상황에서 나온 터라 관심이 집중된다.
보유세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며 투기 억제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주택시장은 서울, 그중에서도 이른바 ‘한강벨트(강남 4구, 마포·용산·성동, 양천·광진 등)’라고 불리는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들이 온 나라의 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특혜라고 불러야 마땅한 세금 혜택이 1주택자에게 집중되다 보니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극단화된 결과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극단적인 투기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만 한 것이 없다. 보유세는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자산세이며,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여 기대수익률을 끌어내리는 투기의 방파제 기능을 수행한다. 보유에 따라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숨길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보유세가 우리나라에선 너무 약하다는 데 있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가용한 최근 연도(2022~2023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2023년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 0.33%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며, 비교 가능한 OECD 30개국 중 20위에 해당한다. 이는 상위권 국가들(이스라엘 1.24%, 그리스 0.94%, 미국 0.83%)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이스라엘의 8분의 1, 그리스의 6분의 1, 미국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상황이 더 나쁜 건 가뜩이나 약한 보유세가 더 후퇴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2023년에 0.15%로 전년(0.18%) 대비 크게 후퇴하였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감세 정책이 빚은 파국적 결과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등 부자감세는 단지 정부재정만 파탄낸 것이 아니라 투기심리를 크게 자극시켜 2022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조정을 받던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을 다시 크게 반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해 부동산 투기까지 조장한 정부인 셈이다.
각설하고 이재명 정부는 이제라도 보유세 강화 로드맵 설계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보유세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지만 보유세 없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지난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실거래가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1년에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가 최소 2000만원이 넘는다면 그런 아파트를 투기목적으로 선뜻 구입하기란 어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