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기’ 잡은 미 연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이 8월 들어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9월에 ‘빅컷(Big-cut)을 단행한 연준이 고용지표에 집중하며 추가금리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
PCE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미 상무부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2%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이자 2021년 2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전망치(2.3%)를 오히려 하회했다.
한편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전월 대비 0.1% 각각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문가 전망(0.2%)을 밑돌았으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전망치에 부합했다.
고무적인 것은 물가의 최근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대표지수와 근원 지수 모두 최근 4개월간 0.0∼0.2% 범위에 머무르며 0.2%를 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4개월간 물가 흐름이 연율 환산 시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소비자 행태 변화를 반영하는 PCE 가격지수가 CPI보다 더 정확한 물가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PCE지수가 연준의 정책목표에 계속 근접하는 추세라는 사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고용지표가 악화된다면 연준이 추가 빅컷을 단행할 수도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결과 등 최근 개인소비지출 추세가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어 시장에선 연준이 이제 ‘물가’ 보다 ‘경기’와 ‘고용’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9월 근원 PCE 가격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2.7%를 기록했다는 것은 연준이 또 다른 50bp 금리인하를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해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수는 없지만 오늘 나온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확실히 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벨웨더 웰스의 클라크 벨린 회장은 8월 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낮았던 점은 연준의 ‘빅 컷’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며 11월과 12월 인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PCE 가격지수에 대해 “인플레이션보다 금리가 훨씬 높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데이터였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이긴 기분이 들 것이고 이제 고용시장을 확실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우리가 그 방향으로 추세를 이어가는 한 연준은 거의 전적으로 고용시장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이는 금리인하에만 신경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액면 그대로 믿을 건 아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것, 물가 보다는 고용에 눈길을 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꽤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