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OECD 꼴찌인데…서울 집값만 기괴한 상승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난 3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조롱받는 일본보다도 하락속도가 무려 3배나 빠르다. 잠재성장률의 붕괴는 국가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마당에, 서울 집값 상승세는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확산 중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출이 주택가격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잠재성장률이 붕괴되는 나라에서 서울 등의 집값만 비현실적으로 상승하는 사태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전방위적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우리는 머지 않아 콘크리트의 폐허 위에서 말라죽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수직으로 하락 중인 대한민국
한국은행이 10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30년간(1994∼2024년) 6%포인트(p)나 떨어졌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즉, 경제가 과열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읠 생산능력이다. 잠재성장률은 이 잠재 GDP의 증가율이다.
통상 경제가 성숙해지고 경제 사이즈가 커지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하락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너무 빠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미국·영국·호주 등처럼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을 넘은 뒤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이들 나라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가능인구”라며 “생산가능인구 기여도가 우리나라는 빠르게 축소되는 것과 달리, 영국과 호주 등은 대체로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잠재성장률은 붕괴 중인데 서울 집값은 매일 신고가?
잠재성장률은 궤멸적 수준인데 반해 서울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46.8%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42.3%) 대비 4.6%p 상승한 수치다. 노원구의 상승거래 비중도 44.5%로 전월보다 4.5%p 증가했다. 금천구 역시 상승거래가 지난 4월 44.7%에서 지난달 46.3%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상승 거래 비중은 47.3%에서 47.9%로 0.6%p 늘어나는데, 그쳐 성북·노원·금천구의 상승 거래 증가폭이 서울 평균치를 앞질렀다.
해당 지역의 최근 거래 건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는 최고가 거래도 일부 포함됐다. 지난달 성북구와 노원구의 거래량은 각각 258건과 338건으로 전월(성북 295건, 노원 381건)의 87∼88% 수준이지만, 실거래 신고가 2개월 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월 거래량을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금천구도 지난달 거래량이 45건으로 전월(55건)의 81% 규모이나, 이달 말께 최종 집계되는 5월 총거래량은 전월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15일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레디언트’ 전용면적 84㎡는 역대 최고가인 14억 475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노원구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 121㎡는 13억 29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는 등 기존 가격을 뛰어넘는 거래도 포착됐다.
이처럼 외곽 지역에서 상승거래 비중 증가와 함께 거래건수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중심으로 기세를 올리던 집값 상승세가 서울의 나머지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자칫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확산될까 근심된다.

가계부채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8개월만에 최대치
서울 집값 폭등세의 근저에는 가계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 등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 원 가까이 또 뛴 것이다.
한은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4월 말보다 5조 2000억 원 많은 1155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이 4월(+4조 7000억 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9월(+5조 6000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18조 원)이 4조 2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6조 3000억 원)이 1조 원 각각 불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슈 등으로 2∼3월 중 크게 늘어난 주택 거래의 영향이 (5월 가계대출에) 집중된 데다가, 가정의달 관련해서 계절적 자금 수요도 맞물려 신용대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강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5∼6월 중 조금 선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박 차장은 향후 흐름과 관련해서는 “6월의 경우 분기 말 매·상각이 있어 기술적으로 가계대출 숫자가 높게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5월 주택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조금 (가계대출 증가세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6조 원 늘었다. 증가 폭이 전월(+5조 3000억 원)을 웃돌고,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은행(+5조 2000억 원)이 증가세를 주도했고, 2금융권에서도 4월(+5000억 원)보다 많은 8000억 원이 불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사이 5조 6000억 원 늘어 4월(+4조8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신용대출도 8000억 원 늘었지만, 4월(+1조 2000억원)과 비교해 증가 속도는 줄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하루 속히 시장안정화 대책 발표해야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기괴하다. 잠재성장률은 궤멸수준이고, 소득은 제자리이며, 건설투자는 박살이 났는데,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만 우상향 중이기 때문이다. 이건 거의 전적으로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을 중심으로 하는 대출의 힘이다. 금융이 실물과 완벽히 괴리된 채 독자적인 논리와 힘으로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해서 서울 집값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실물과 금융의 관계가 주인과 그림자 혹은 몸통과 꼬리의 관계가 더 이상 아니라는 뜻이다.
하여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으로 번져나가는 집값 상승세를 조속히 진정시킬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을 위시한 전방위적 부동산 대출 관리 대책이 핵심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투기심리는 전염병과도 같아서 삽시간에 확산된다는 사실을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전염병을 잡는데 시간이 생명이듯 투기심리를 진정시키는데도 타이밍이 핵심이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집값 상승의 쓰나미가 고공행진 중이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급하게 추락시켰는지를 복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든 걸 잘 해도 집값 폭등을 잡지 못하는 정부는 용서하지 않는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그리고 콘크리트의 폐허 위에서 공멸하는 대한민국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사안이 엄중하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