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입주도 못할 판




재건축 단지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입주도 못할 판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분쟁이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광명에 있는 사업장에선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가 지연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장위4구역도 시공사가 수백억 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조합에 요청한 상태다.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와중에 지난해 공사비 검증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사비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올해도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분쟁은 지루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급기야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가 조합에 입주제한 안내 공문을 보내기도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에 ‘공사비 계약금액 조정 협의 촉구 및 조합원 입주 제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GS건설은 “2025년 5월로 예정된 입주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입주 시까지 계약금액 조정 청구에 대한 합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의 입주 제한이 불가피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가 조합에 입주제한 안내 공문을 보내는 건 이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조합에 요청한 공사비 인상 금액은 1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추가 공사비가 조합의 요청과 설계변경에 따라 발생한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시공사의 요청에 조합도 호락호락하게 대응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장위 4구역 시공사도 수백억원대 공사비 증액 요청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근년 들어 폭증한 공사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장위4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의원회와 총회에서 309억 원의 증액안 확정을 추진하고 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1층 31개동 총 2840가구로 조합원 1026세대, 일반분양 1330세대, 임대 484세대로 구성된 단지다. 지난해 9월께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원가 상승과 설계사 파산 등을 이유로 공사 중지 예고 호소문을 붙이면서 입주 지연 우려가 커졌다.

당시 시공사는 722억 원 증액을 요구했고 서울시의 중재로 240억 원으로 진행되는 듯했으나 마무리되지 못했다. GS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조합은 최근 309억 원 증액안을 긴급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상황이다.

재개발 아파트는 입주 시 1차 분담금(가청산)을 낸 뒤 해산총회 결과에 따라 2차 분담금이 추가될 수 있다. 이번 증액에 따라 입주권을 소유한 조합원들은 공사비 명목으로 평균 3000만 원을 추가 분담하게 될 전망이다. 일반분양이 끝난 단지의 경우 이미 계약이 완료돼 해당 증액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없어 조합원이 추가 비용을 부담한다.

조합원별 분담금은 비례율에 따라 헌 집(종전자산)의 권리가액이 산정된 후 결정된다. 이때 비례율은 총수입(분양 수입 등 종후자산가격)-총비용(건축비·금융비 등 사업비)를 종전자산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공사비는 보통 총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이 비례율이 100%일 경우 종전자산(헌집)의 가치와 종후자산(새집)의 가치가 같다는 의미인데 100% 아래일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309억 원 증액안 확정 시 현재 118% 수준인 비례율이 105.6%로 내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율은 추가 분담금과 연동될 수 있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비례율이 내려감에 따라 조합원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공사비 갈등 심해지며 지난해 검증 역대 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공사비 검증 36건을 완료해 검증을 신청한 조합에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현행법상 주택 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거나 공사비가 10% 이상 증액되는 경우에는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공사비 적정성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은 이 업무를 맡는 주요 기관 중 하나다.

제도 초기인 2019년 3건에 불과하던 검증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엔 30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반등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은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조합원 투표 끝에 3차 공사비 인상을 결정했다. 총공사비는 2018년 최초 계약 공사비(7458억 원)보다 6360억 원가량 늘어난 1조 381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조합 내분과 비용 인상으로 공사가 5개월 멈췄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경우처럼 공사가 멈춘 곳도 있다.

 
공사비 급등에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 계속 될 듯

문제는 올해도 공사비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에 따른 건설 부문 생산비용 영향을 의뢰한 결과,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까지 내려가면 건설 부문 생산비용은 2023년 대비 3.3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대에 머무르면 건설 부문 생산비용은 2023년 대비 2.479% 오른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만 악재가 아니다. 트럼프가 일으키고 있는 관세전쟁의 여파로 물가상승 압력이 가세할 수 있다. 공사비가 오를 악재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공사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마당에 시공사가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올해도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2월 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