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분담금 폭탄…난항 겪는 재건축사업



조합원 분담금 폭탄…난항 겪는 재건축사업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알짜 단지로 불리는 신반포16차 재건축 조합이 분담금 폭탄에 경악하고 있다. 최대 14억 원에 달하는 조합원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지가 빼어난 단지라고  해도 일반분양분 물량이 거의 없는 단지는 재건축 추진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신반포16차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사비 급등 등을 원인으로 한 추가분담금 이슈로 극심한 갈등에 신음 중이다.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시절은 저물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 최대 14억?… 충격에 휩싸인 신반포16차 재건축조합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이 조합은 1월 27일까지 조합원 상대로 새 아파트 평형신청을 받기로 하고, 최근 실시한 추정분담금을 공개했다. 추정분담금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추정 비례율 80.23%를 적용한 결과 현재 전용 83㎡을 보유한 소유주가 신축 아파트 79㎡을 받을 경우 A타입은 14억 600만 원, B타입은 12억 1600만 원, C타입은 11억 7600만 원, D타입은 12억 687만 원, E타입은 11억 9600만 원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설사 자기 집이 있더라도 서울 강북권 신축아파트 34평형 한 채 값을 더 내야 새집을 보유할 수 있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고로 통상 비례율이 100% 이하면 분담금을 내고, 100% 이상이면 부담하지 않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현재 전용 52㎡을 소유한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 79㎡을 받을 경우의 분담금은 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7억 7100만~19억 6100만 원 수준이다. 심지어 같은 평형으로 이동할 때에도 분담금 폭탄을 피해갈 수 없다. 전용 52㎡ 조합원이 새 아파트 전용 50㎡로 옮겨갈 경우에는 7억원대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쯤되면 말문이 막힌다.

신반포16차 재건축조합의 분담금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 것은 공사비 급등과 일반분양물량이 거의 없어서다. 신반포16차의 공사비는 3.3㎡당 944만 원이다. 또한 신반포16차의 경우 기존 2개동 396가구를 헐고 4개동 468가구를 지을 계획으로, 재건축 전에 비해 72가구가 늘어나는 데 이 가운데 임대가 68가구다. 일반 분양분이 달랑 4가구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대일 재건축인 셈이다.

신반포16차는 서초구 잠원동 55-10번지 일원 1만 2977.2㎡ 부지에 지하 5층~지상 34층 규모의 공동주택 4개 동 46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조합은 압구정4구역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의 설계에 참여한 해외 건축명가 아카디스(ARCADIS)와 설계 및 부르즈칼리파 등 세계 랜드마크 건축물의 조경을 기획한 디자인 조경그룹 SWA와의 협업을 약속한 대우건설을 올해 7월 시공사로 선정했다. 내년 관리처분인가, 2026년 이주, 2027년 착공이 목표다.


추가분담금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재건축조합 속출 중

한편 공사비 급등 등의 원인으로 추가분담금 문제가 불거진 재건축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르엘이촌'(이촌현대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71%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서울 성북구 안암2구역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시공사로부터 1억 원에서 최대 4억 원까지 추가 분담금 통보를 받아 갈등이 빚어졌다. 심지어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높은 분담금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GS건설과 계약이 해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6개 사업지에서 공사비 검증이 이뤄졌다. 이는 2019년 3건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증가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급증한 추세다. 공사비 검증은 조합이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이견이 발생할 때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5년 전에 비해 30%이상 오른 공사비, 재건축조합의 숨통을 조여

시공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추가분담금 갈등이 첨예해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건설공사비 급등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는 5년 전인 2019년 대비 3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복수의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사비가 100만원 올가가면 조합원이 내야할 추가 분담금은 1억원 이상 늘어난다. 재건축 분담금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비사업이 지체되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의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67곳 중 27곳(39.1%)이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 중 19곳은 공사비 문제가 원인이다.

  

은평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공사 중단2일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4.1.2

은평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공사 중단2일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4.1.2

 

 

재건축을 통해 커다란 부를 얻으려는 생각과 작별해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재건축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기괴함을 알 수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교체할 때 헌 냉장고와 세탁기를 돈을 내지 않고 새것으로 바꾸려는 사람은 없다. 그냥 헌 냉장고와 세탁기를 버리고 새 냉장고와 세탁기를 자기 돈 들여 구매한다.

그런데 유독 아파트만은 ‘헌집을 줄테니 새집을 거저 다오’라는 이상한 통념이 만연해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지가 좋은 강남의 재건축 대단지들은 분담금을 아예 내지 않거나 심지어 조합청산 후 현금을 조합원들이 나눠 갖는 일들이 흔했다. 모두 고도성장기에 입지 좋은 곳의 땅값이 폭등했고, 일반분양물량이 넘쳐났으며,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거부를 일구려는 생각과 헤어져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일대일 재건축이 표준이 되는 세상에선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1월 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