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양 아파트단지 46%가 청약 미달



지난해 분양 아파트단지 46%가 청약 미달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단지 중 절반 가량이 청약 미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청약자가 아예 없었던 단지도 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청약자들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서울 강남에만 몰렸는데, 정작 고분양가 등의 이유로 청약통장 가입자들 상당수가 이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적 악재가 안팎으로 첩첩산중인터라 올해도 강남을 제외한 청약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할 듯 싶다.



초토화된 지난해 아파트 청약시장

브릿지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된 327개 단지 중 46%에 해당하는 150개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에서 미분양 단지가 대거 발생했다. 총 41개 단지가 미달됐다. 이어 부산(15개), 강원(14개), 울산(10개), 인천(9개), 대전·전남·충남(8개), 경남(7개), 광주·전북(3개), 대구(5개) 등 지역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대거 발생했다.

심지어 지원자가 전멸한 곳도 줄을 이었다. 충남 홍성군의 한 단지는 292명 모집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으며, 충남 서산(183명), 충북 제천(209명), 충남 공주시(44명), 강원 인제군(120명), 경북 울포군(70명)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미분양이 결정적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건설사에 미분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올해도 파리 날리는 아파트 분양시장

지난해 참혹한 성적을 기록했던 아파트 분양시장은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분양과 신청자 전무가 속출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충남 천안 서북구 ‘천안 두정역 양우내안애 퍼스트로’는 지난 6~7일 실시한 406가구 1·2순위 청약에 63명만 신청했다. 전용면적 64㎡는 3억 5500만~3억 9000만 원 선, 전용 84㎡는 4억 5500만~4억 9500만 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부산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469가구)도 1·2순위 청약에 140명이 신청해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 단지는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마감재, 건축 자재 등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용 119㎡ A타입은 서비스면적이 55㎡에 달한다.

심지어 대구 동구 A단지는 최근 50여 가구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단지는 400가구의 1·2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강남에만 청약이 몰려…그러나 청약자들은 급속히 이탈 중  

지난해 아파트 청약시장은 전국이 부진한 가운데 강남만 약진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단지의 1순위 청약자 수는 60만 4481명이었다. 이 중 강남 3구 분양 단지 청약자 수는 42만 8416명으로 71%를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 분양 단지가 많았고, 청약에 신청했다 떨어진 뒤 다른 단지에 다시 도전하면 청약자 수가 중복으로 계산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 분양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2 대 1, 강남 3구는 289 대 1이었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 1순위 청약자가 27만 5141명이었고, 강남 3구 청약자는 2만 5783가구로 전체의 9.4% 수준이었다. 서울 분양 단지는 높은 분양가 탓에 도전하기 어렵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대 청년의 경우 70점대까지 올라간 당첨 합격선을 채우기는 더욱이나 어려워졌다.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와중에 그나마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강남뿐인데 강남은 청약가점이 워낙 높기 때문에 청약을 아예 포기하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8만 5000명으로 1년 전(2703만 9000명)보다 55만 4000명 감소했다. 특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납부 금액도 많은 1순위 가입자가 지난달 말 1764만 6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만 4000명 줄었다. 2순위(883만 9000명)는 같은 기간 2만 명 늘었다.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말 2859만 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연간 가입자는 85만 5000명, 2022년에는 42만 3000명 줄었다. 2022∼2024년 3년간 감소한 가입자가 183만 명 수준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수개월째 감소하면서 예치금이 1년 4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21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청약통장 해지자를 줄여보려 지난해 청약통장 금리를 2022년 11월(0.3%p), 2023년 8월(0.7%p), 2024년 9월(0.3%p) 세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현재 금리는 연 2.3∼3.1%다. 올해부터는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 원으로 늘리고, 신혼부부가 출산하면 특별공급 기회를 1번 더 주는 등 청약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건 정부엔 부담 요소다.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대출 등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이 바로 청약통장 납입금이기 때문이다.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는 데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 운용 잔액은 2022년 3분기 41조 2021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21조 921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아파트 청약시장

문제는 올해도 아파트 분양시장에 호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내란과 탄핵 사태가 계속되는데 더해 한국경제는 수출, 내수, 투자, 재정 할 것 없이 모두 골병이 들었다. 설상가상 관세전쟁을 선포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가 출범한다. 고금리와 고물가도 유령처럼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아파트 입주율도 낮아지고 있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달보다 20.2p 내린 68.4로 집계됐다. 2023년 1월(59.4) 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입주전망지수는 기준점(100)을 밑돌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도 너무 높다. 조금만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경제적 전망이 극히 부정적인 상황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 분양을 받을 까닭이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월 2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