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에 정신 팔린 사이 나온 0%대 성장률 전망치



‘토허제’에 정신 팔린 사이 나온 0%대 성장률 전망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급등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토허제 재지정 이후 확실히 제동이 걸렸다.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 3구 등의 아파트값이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것이다. 심지어 송파구 같은 경우는 1년 1개월 만에 가격이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수억 원씩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났다.  

이처럼 토허제 이슈에 온 국민이 관심을 쏟는 사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는 해외 경제분석업체까지 등장했다. 지금 토허제 이슈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상승세가 확연히 꺾인 강남 3구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넷째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1% 상승했다. 상승세는 계속됐으나 전주(0.25%)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절반 이하로 꺾였다. 토허제로 새롭게 묶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가격 상승폭이 축소되며 서울 전체 상승률도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허제 대상 지역이 구 전체로 확대된 강남구(0.36%), 서초구(0.28%)는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상승폭은 전주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주 전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83%, 0.69%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도 0.18% 올랐지만 전주(0.34%)에 비하면 상승폭이 반토막났다. 마포(3월 셋째주 0.29%→넷째주 0.21%), 성동(0.37%→0.35%), 동작(0.20%→0.17%), 광진(0.25%→0.15%) 등 주변 지역도 줄줄이 상승폭이 줄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선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으나 국지적인 급매 수요와 관망 심리 확대로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축소됐다”고 밝혔다. 경기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보합(0.00%)을 나타냈고, 인천은 0.07% 내리며 하락폭을 확대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인 과천(0.55%)도 가격 상승폭이 3월 둘째주(0.71%)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가격 상승폭도 전주보다 0.04%포인트 줄어든 0.03%로 집계됐다. 지방은 0.04% 하락하며 전주와 같은 낙폭을 나타냈다. 5대 광역시(-0.05%→-0.06%)와 8개 도(-0.02%→0.03% ) 모두 낙폭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1년 1개월 만에 가격이 하락 전환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송파구다. 지난주 0.79%의 상승률을 기록한 송파구는 0.03% 내리며 작년 2월 둘째 주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의 경우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고 있으나 입주 물량 영향이 있는 일부 지역과 구축 단지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부동산원은 분석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등 일부 선호단지는 지속적인 수요 집중으로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으나, 국지적인 급매 수요와 관망 심리 확대로 지난주 대비 서울 아파트 상승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수억 원씩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송파구 잠실엘스 84㎡형의 경우 토허제 발표 전엔 호가가 32억 원까지 뛰었지만 지난 주말 이후엔 29억 원까지 내렸다.  또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59㎡는 지난 19일 18억 5000만 원에 직거래돼 이달 1일 21억 5000만 원에서 불과 20일도 채 안 돼 3억 원 급락했다.



토허제 이슈에 매몰된 사이 0%대 성장률 전망 나와

레거시미디어와 시장참여자들이 토허제 이슈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충격적인 경제전망이 해외에서 나왔다. 지난 27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바클리가 1.6%에서 1.4%, HSBC가 1.7%에서 1.4%,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0%에서 1.2%로 전망치를 낮추는 등 줄하향이 이어지던 가운데 CE가 최저치를 제시한 것이다. CE는 “정치가 안정되더라도 경제가 어려울 듯하다”며 “금리 인하나 수출은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지출 둔화 등으로 올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0.9% 성장을 전망한다”고 했다.

아울러 CE는 현재 1460원 중반대인 원/달러 환율은 올해 말 1500원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 말, 내후년 말까지 계속 1500원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CE는 이밖에 코스피 지수가 올해 말 2900까지 오르겠으나, 내년 말 220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CE는 앞서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가장 주목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E는 “만일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이는 한국을 정치적 혼란으로 더 몰아넣을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바와 같이)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새로운 선거가 60일 이내에 실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미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더 정상적인(덜 기능 장애적인) 정치로의 복귀와 소비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의 보고서가 참으로 충격적인 건 윤석열이 파면되고 조기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승리해 대통령이 되어 정치가 안정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조차 대한민국 경제를 극도로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탄핵선고를 마냥 미루고 있는 헌재가 만약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면 대한민국은 상상하기도 힘든 파국 속으로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토허제 이슈 따위에 웃고 울 정도로 한가하거나 여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3월 29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