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 세계에 던진 관세폭탄, 미국서 먼저 터져



 

트럼프가 전 세계에 던진 관세폭탄, 미국서 먼저 터져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트럼프발 관세전쟁 폭탄이 정작 미국 본토에서 먼저 터졌다. 미 증시가 코로나 팬데믹에 버금가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며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들고 있는 주식을 투매했다. 시장은 트럼프 취임 직전에 비해 미 증시 시가총액이 1경 4000조 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기준금리를 내리라며 파월 연준 의장을 재차 압박했고 파월은 그럴 수 없다며 맞섰다. 트럼프의 완력 행사가 전 세계에 앞서 미국 경제를 미궁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트럼프 취임 직전보다 1경 4000조 원 감소한 미 증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 산업 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무려 2231.07포인트(5.50%) 급락한 3만 8314.8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322.44포인트(5.97%) 떨어진 5074.08, 나스닥종합지수는 962.82포인트(5.82%) 미끄러진 1만 5587.79를 각각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낙폭은 전날보다 더 커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6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조정 국면(최고점 대비 10% 이상↓)보다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S&P500지수는 역대 최고점(2월19일·6,144.43) 대비 17.46%, 다우지수는 고점(작년 12월4일 45,073.63) 대비 14.99% 폭락한 상태다.

대형기술주들이 모인 나스닥지수는 상태가 더 나쁘다. 나스닥지수는 작년 12월16일 기록(20,204.58) 대비 22.85% 곤두박질치며 약세장(최고점 대비 20% 이상↓)에 이미 진입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S&P500과 나스닥은 202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지난 7주 가운데 6주간 마이너스 행보다. 팬데믹급 쓰나미가 미 증시를 강타 중이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 20일) 직전인 지난 1월 17일 이후 이날까지 미 증시 시가총액이 9조 6000억 달러(1경 4000조 원) 증발했다고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2년간 이어졌던 미국 증시 강세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종언을 고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날 “오는 10일을 기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고했다. 34%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틀 전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책정한 관세율이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관세폭탄으로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잘못 대응했다. 그들은 패닉 상태”라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평했다. 그는 관세 여파로 흔들린 시장과 관련 “내 정책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부자가 될 기회다. 지금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어느 때보다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 공포에 ‘안전자산’ 미 국채 수요가 치솟으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9.5bp(1bp=0.01%) 낮은 3.86%까지 내려갔다가 견조한 고용 지표와 매파적인 파월 발언에 낙폭을 좁혔다.

 
파월 연준의장에게 기준금리 내리라며 압박하는 트럼프

미 증시가 녹아내리고 국채가격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했건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각)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지금이 연준 의장 파월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며 “그는 항상 늦은 편이지만, 그는 그 이미지를 지금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금리를 인하하라, 제롬. 정치를 하는 것은 중단하라”며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이 제롬 파월 의장의 ‘정치 행위’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가 파월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그는 지난달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했을 때도 “옳은 일을 하라”면서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 같은 가치는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다.

 
고물가와 저성장 주장하며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파월 

한편 트럼프의 기준금리 인하요구에 파월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일시적이나마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 경로 수정에 대해선 “통화정책의 적절한 경로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야기한 관세전쟁이 고물가와 저성장을 견인할 것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파월 발언의 골자다.
 


글로벌 경제에 앞서 미국 경제를 미궁 속으로 끌고들어가는 트럼프

트럼프가 전 세계를 향해 투하한 관세폭탄은 정작 미 본토에서 먼저 폭발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바워삭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에밀리 바워삭은 “강세장은 죽었다. 이념가들과 자해 상처가 시장을 파괴했다”며 “시장이 조만간 바닥을 치겠지만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장기적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케츠 수석 글로벌 전략가 제이 우즈는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미국이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기술 분야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시장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고 강세장을 끝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모호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끌고 들어 가는 중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4월 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