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서울 아파트값…진화 대책 시급하다

펄펄 끓는 서울 아파트값…진화 대책 시급하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전고점을 넘어서는 지역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서울 ‘불장'(강세장)은 거래량까지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긴급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더욱 심화돼 서울 전역을 불태우고 수도권까지 확산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대출 관리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해 서울 ‘불장’을 잠재워야 한다.

 

‘미친 집값’이던 2020~2021년 전고점 속속 돌파 중인 서울 집값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26% 뛰며 작년 8월 마지막주(0.26%) 이후 9개월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송파구 0.71%, 강남구 0.51%, 서초구 0.45% 등 강남권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고점을 뚫는 지역도 증가세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성동·양천 7개 구 아파트값이 매주 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7개 구 중 가장 최근 전고점을 돌파한 지역은 마포구다. 5월 넷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01.4를 기록하며 2022년 1월의 전고점(101.29)을 넘어섰다. 양천구는 마포구보다 조금 앞선 5월 둘째 주(100.83)에 2022년 1월의 전고점(100.73)을 돌파했다.

강남 3구와 성동구 아파트값은 ‘불장’이던 작년 여름 이미 전고점을 회복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구 역시 지난해 10월 전고점을 넘어섰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 지역이 여러 채를 사기보다는 좋은 아파트 한 채에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가 주목받으며 갈아타기 수요가 몰린 곳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매수 수요가 주변부인 한강 벨트 6개 구로 퍼지는 광경이 관찰된다. 강남 3구와 용산은 집값이 이미 올라 진입이 어려워진 데다 갭투자가 막히자 다른 대안을 찾는 수요가 한강 벨트 6개 구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한 구들도 전고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달 둘째 주(6월 9일) 기준으로 전고점 대비 아파트값 회복률은 광진구가 99.5%로 가장 높고 강동(99.2%), 영등포(98.5%), 동작(98.1%), 종로(94.2%), 동대문(92.7%)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회복률이 가장 낮은 지역인 노·도·강의 경우 80%대 중반 수준이다. 한편 경기도에선 과천 아파트값이 마포와 함께 5월 넷째 주 전고점을 돌파했으며, 분당은 98.8% 수준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거래량까지 동반해 쾌속진군 중인 서울 아파트 시장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이 7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강북 등 비강남권 아파트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4일 신고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08건으로 지난해 3월(1만 230건)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아직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보름가량 남은 가운데 이미 4월(5412건) 거래량보다 30%가량 많은 수치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2곳(도봉구, 동대문구)을 제외한 23개 구의 5월 신고가 건수가 4월 거래량을 넘겼다. 현재까지 5월 아파트 거래 신고 추이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3월 동기간 거래 신고 건(8136건)에는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현재 거래량 증가가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강화 전 주택 구매에 나선 수요가 늘어난 것을 고려할 때 최종 거래 건수는 1만 건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대목은 실제 5월 거래가 대출 규제에 민감한 강북 등 비강남권이 주도하는 모양새라는 사실이다.

반면 거래 증가폭은 강남권이 두드러진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거래량 상위 1, 2위를 차지했던 송파구와 강남구 등 강남권이 3월 24일부터 토허구역 확대 지정되면서 4월 거래량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서초구가 지난 4월 52건에서 5월에는 123건으로 137% 늘었고, 강남구(109→216건) 98.2%, 송파구(130→248건) 90.8%, 용산구(40→69건)가 72.5% 늘어나는 등 토허구역 4곳이 나란히 증가율 1∼4위를 차지했다.

 

 스트레스 DSR 단계별 시행 방식. 연합뉴스
 스트레스 DSR 단계별 시행 방식. 연합뉴스

 

서울 불장에 화들짝 놀라 은행권 소집한 금융당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가계부채 간담회를 연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집값 급등이 강북권과 경기 과천·분당으로 번지고, 이 같은 흐름에 연동돼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짐에 따라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기적인 수요나 규제를 우회하는 움직임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거나 실수요자를 위한 자금 공급이 저해되면 안 된다는 점을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에 ‘경고장’을 날릴 계획이다.

최근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려 대출 한도를 늘려주고 ‘갭 투기’에 악용 우려가 있어 서울 지역에 한해 막아둔 조건부 전세 대출도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담대 만기나 다주택자·갭투자 관련 조치들이 은행마다 천차만별인데 대출을 타이트하게 취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월별·분기별 기준도 반드시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달 현장점검도 하고, 별도의 세부 관리 계획도 제출받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집중 점검한다. 당국이 관리하는 고DSR 목표 비중을 지키지 않는 사례 등도 점검 대상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에만 70~80% 수준으로 추가 하향하는 방안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자본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영끌'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가계 빚(부채)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은 21일 서울 한 은행 지점 앞에 게시된 담보대출 광고. 2025.5.21 연합뉴스
올해 1분기(1∼3월)에도 ‘영끌’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가계 빚(부채)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은 21일 서울 한 은행 지점 앞에 게시된 담보대출 광고. 2025.5.21 연합뉴스

 

서울 상승세 못 잡으면 이재명 정부 국정동력 급속도로 소진돼

실물경기와는 완벽히 유리된 최근의 서울 불장은 오세훈 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토허제 해제, 금리 인하 기대감,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강남권역과 한강벨트에 위치한 구들의 집값은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진입한 지 오래며 금융의 힘이 압도적인 동인이다. 객관적인 사정이 이렇다 해도 이재명 정부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투기심리와  패닉바잉을 조속히 진압하지 못한다면 투기불길은 서울 전역을 태우고 수도권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본디 투기라는 것이 비이성적이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국정동력이 급속히 소진되는 국면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국정동력이 소진된 정부가 제대로 된 개혁을 이끄는 건 극히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만사를 제쳐놓고 서울 불장 진입에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특히 대출은 정책대출 및 전세대출(전세보증 포함)을 포함한 모든 대출에 대해 무자비하다 싶을 정도로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신용대출과 사업자대출도 사용처를 확인해 부동산 구입에 쓰인 것이 확인되면 바로 회수조치해야 옳다. 이재명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라는 허망한 명분에 대해 좀더 냉정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이재명 정부는 보유세를 장기적으로 높이고 거래세 및 양도세를 낮추는 방향의 조세정책방향을 주권자들에게 제시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급대책은 금융대책 및 조세대책과 함께 발표되어야 효과가 발휘되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 불장을 진압하는 대책은 종체적이고, 종합적이며, 일괄적이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와 속도를 지녀야 성공할 수 있다. 과장하자면 서울 불장 진압을 조속히 할 수 있느냐에 이재명 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6월 1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