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서울 아파트값 …통제불능 상황되나?

폭발하는 서울 아파트값 …통제불능 상황되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늘에 닿을 기세로 폭등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상승 폭을 키우면서 6년 9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이른바 ‘한강벨트’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마포구와 성동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시장의 온기를 알려주는 거래량도 움직이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이 아닌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 폭등의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빈틈 없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해 속히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켜야 옳다. 실기하면 정말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주간 상승률 0.36%에서 0.45%로 더 커진 서울 아파트 시장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폭등했다. 상승 폭이 지난주 0.36%보다 더 커지면서,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무려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9월은 둘째 주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폭등하던 때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초 상승 전환한 이후 2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집값이 기승을 부리는 폭염이라면, 지방은 엄동설한이다. 비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이번 주 0.03% 떨어져 56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5월 마지막 주(-0.01%)부터 이번 주까지 1년 1개월 내내 떨어졌다. 올해 들어 6월 넷째 주까지 누계로 서울 아파트값이 3.10% 오른 반면 지방은 1.05% 떨어졌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2025. 6. 16~6. 27). 자료 : 한국부동산원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2025. 6. 16~6. 27). 자료 : 한국부동산원

 

말 그대로 불타는 강남과 마용성 등 한강벨트 아파트

서울 아파트 시장 상승을 견인하는 건 언제나 그렇듯 강남이다. 강남(0.84%), 서초(0.77%), 송파구(0.88%) 아파트값은 2018년 1월 넷째 주 이후 7년 5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충격적인 건 성동구과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다. 지난 1주 새 성동구가 0.99%, 마포구는 0.98% 올랐다. 이런 상승률은 2013년 1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공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이른바 ‘한강벨트’의 나머지 구들의 상승세도 질풍노도를 연상케 한다. 광진구(0.59%) 상승률 역시 역대 최대폭으로 뛰었고, 강동구(0.74%)와 동작구(0.53%)는 2018년 9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용산구는 지난주 0.71%에서 0.74%로 오름폭이 커졌다.

신고가를 갱신하는 단지들도 매일처럼 등장한다. 성동구와 마포구 소재 랜드마크 아파트들이 쌍끌이 형국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면적 136㎡는 지난 15일 74억 원에 매매됐다. 같은 달 7일 66억 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일주일 새 8억 원이 더 올랐다. 옥수동 ‘옥수파크힐스101동~116동’ 전용 115㎡는 지난 16일 27억 5000만 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가 거래다. 같은 달 9일 25억 원에 팔렸는데 일주일 만에 2억 5000만 원 올랐다. 

마포구 집값도 성동구에 질세라 무섭게 상승했다.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전용 84㎡는 지난 7일 22억 원에 팔렸다. 지난달 19억 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2억 2000만 원 상승한 것이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16일 19억 9750만 원에 거래돼 지난 4월 팔린 17억 원보다 2억원 넘게 상승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시장의 선행지표인 거래량도 움직이는 중

한편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호가 역시 오르고 있다. 상승 거래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가격 폭등에 더해 거래량도 수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값의) 선행지표인 거래량도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5년 평균치보다 높아진 상황이라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6일 현재 7927건인데 비해 6월 거래량은 신고기간이 한달 이상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4584건을 찍었다. 만약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9천건을 훌쩍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래가 동반되는 가격 폭등은 흔히 대세상승의 초입을 넘어선 단계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6.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6.26. 연합뉴스

 

‘세금으로 부동산 잡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미친 듯이 상승하는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거 깎아주고 대출을 너무 쉽게 그리고 많이 해 준 윤석열 정부 탓이 매우 크다. 심지어 윤 정부는 주택공급도 소홀히 했다. 통상 부동산 정책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100조 원 가량의 정책금융을 시장에 투사한 후폭풍은 가히 가공할만하다.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와 정책금융 100조 원으로 상징되는 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시장은 너무 얕고, 지나치게 짧게 조정을 받았다.

금리 요인도 간과하기 힘들다. 미 연준을 포함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건 시간 문제다.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금리가 내려간다는 건 부동산 시장엔 호재다.

지난 25년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 25년 동안 짧고, 얕은 조정을 겪었을 뿐 줄곧 대세상승을 이어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특히 강남과 마용성 등의 상급지에 소재한 아파트는 물려도 곧 신고가를 갱신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형성됐다. 이런 사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서울 아파트 특히 상급지에 소재한 아파트 불패 신화는 이제 종교의 반열에 오른 느낌이다. 종교에는 이성이 작동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후보 시절 부동산에 대한 언급을 극히 자제하며 ‘세금이 아닌 공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대통령이 낸 메시지는 당연히 정부와 여당을 규율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세금을 높이지 않겠다고 하고, 공급은 신도시 방식이 아닌 재건축·재개발 방식을 선호하며, 대출에 대해서도 그리 과격하지 않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금리는 떨어지고 경제는 나아질 것 같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 참가자는 서울 그 중에서도 가격 상승률이 높고 하방경직성도 큰 ‘한강벨트’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을까?   

결국 최근의 서울 아파트 불장은 상당 부분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붙은 불길을 진화해야 옳다. 세상에 끄지 못할 불은 없는 법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6월 2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