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거래 멸종…치솟는 대출금리에 ‘영끌족’ 패닉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한강벨트’의 거래량은 전월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다. 10.15대책의 효과로 보인다. 이 추세라면 12월 거래량도 거래멸종에 가까울 전망이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영끌족’들에겐 재앙과도 같은 소식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중금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듯 싶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특히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포, 성동, 광진, 동작,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2025.12.7. 연합뉴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특히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포, 성동, 광진, 동작,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2025.12.7. 연합뉴스

 

10.15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11월 거래량 70% 이상 감소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6일까지 집계된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2372건(공공기관 매수 제외)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의 거래량 8663건에 비해 72.6% 감소한 수치다. 11월 계약은 거래 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여서 점차 신고 건수는 더 늘겠지만 현재 추이를 고려할 때 잘 해봐야 10월의 절반인 8월(4441건)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묶인 데다,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다. 당장 갭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거래가 급감했다고 보인다.

구별로는 특히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동작구, 강동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 폭락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10.15 대책 전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토허구역 지정에 대비해 전세를 낀 매수자들이 대거 몰렸다가 토허구역 지정 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광진구의 11월 계약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18건에 그치며 10월(210건)에 비해 91.4% 줄어든 상태다. 또 성동구는 10월 383건에서 11월은 현재까지 39건이 신고돼 89.8% 감소했다. 이어 강동구가 568건에서 59건으로 89.6%, 마포구가 424건에서 46건으로 89.2% 줄며 거래 감소 폭이 큰 지역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율. 자료 :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율. 자료 : 국토교통부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지리멸렬 가능성 높아

눈길을 끄는 건 ‘한강벨트’ 중에서도 10.15 대책 전부터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여 있던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는 감소 폭이 작은 하위 1∼4위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서초구는 11월 계약이 현재까지 154건 신고돼 10월(218건) 대비 29.4% 감소에 그쳤고, 강남구는 10월 293건, 11월 현재 201건으로 31.4% 줄어든 상태다. 두 지역은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가 이뤄지면 11월 거래량이 10월 거래량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어 용산구가 10월 114건에서 68건으로 40.4%, 송파구는 608건에서 340건으로 44.1% 줄었다.

12월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멸종에 가까운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금리를 높이고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은행이 늘고 있어서다. 12월은 현재까지 총 105건의 거래가 신고된 가운데 성동·강동·종로·용산구 4곳은 아직 거래 신고가 한 건도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27.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27. 연합뉴스

 

하루가 무섭게 상승하는 은행 대출금리에 시장은 화들짝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20∼6.200%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연 4.020∼6.172%)과 비교해 불과 1주일 만에 하단이 0.100%포인트(p), 상단이 0.028%p 높아졌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의 하단은 지난 10월 말과 비교해 약 한 달 새 0.430%p(연 3.690%→4.120%)나 급등했다.

혼합형 금리는 앞서 지난달 중순께 약 2년 만에 처음 상단이 6%대를 넘어선 데 이어 하단도 약 1년 만에 다시 4%대에 진입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3.830∼5.310%에서 연 3.830∼5.507%로 상단이 1주 만에 0.197%p 또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3.840∼5.865%) 역시 같은 기간 상단은 0.015%p 떨어졌지만, 하단이 0.020%p 올랐다.

이런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지표 금리인 5년물 금융채 상승 폭만큼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상품들의 금리는 4.25∼5.65%로 0.03%p씩 오른다. KB국민은행 뿐 아니라 시장금리를 주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은행들도 시장금리 상승분 등을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속속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20∼6.200% 수준으로 집계됐다.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인근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5.12.7. 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20∼6.200% 수준으로 집계됐다.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인근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5.12.7. 연합뉴스

 

저금리에 미련두지 말고 중금리 시대에 대비해야 

중요한 건 금리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은행권이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잡아당기는 건 맞다. 하지만 금리를 큰 틀에서 결정하는 건 기준금리의 방향성과 인플레이션 추이, 경제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환율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어도 무방한 상황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원화 약세 등의 원인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이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빠르게 반등 중인 경제성장률도 금리 인하와는 반대방향으로 작용 중이다. 

쉽게 말해 금리가 떨어질 요인을 찾기 힘든 조건인 것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저금리와 작별하고 중금리 시대에 적응할 마음가짐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장은 적응하는 것이지 맞서는 것이 아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12월 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