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빈사 상태인데 집값 띄우기만 골몰하는 정부
레거시 미디어는 부동산 거품 경고 않고 외려 투기 조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경제가 얼마나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부담하는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고, 생산·투자·소비는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빚을 내다 못해 자동차담보대출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경제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인데 윤석열 정부는 집값 띄우기에만 혈안이고 레거시미디어들은 무주택자들을 호객중이니 참으로 근심스럽다.
가계·기업·정부 채무가 무려 GDP의 2.5배인 빚의 나라, 대한민국
지난 6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의 합인 매크로 레버리지는 251.3%로 조사됐다. 즉 가계·기업·정부 부채의 합이 GDP의 2배 반이 넘는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대출이 급속도로 늘었던 2020년 말 242.7%에서 2022년 말 251.2%까지 뛰었고 지난해에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선진국 평균은 같은 기간 319.3%에서 264.3%로 뚝 떨어졌다. 이건 정말 충격적인 일인데 선진국들이 코로나 기간에 일시적으로 늘렸던 채무를 통화정책 및 금융정책 등을 통해 엄청나게 줄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전혀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간 부문 레버리지는 2020년 200.6%에서 올해 1분기 206.2%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은 176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1055조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올랐다.
채무가 느는 속도에 비해 연체율이 상승하는 속도는 훨씬 가파르다. 2021년 말 0.52% 수준이었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86%까지 상승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0.98%까지 올랐다.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업 대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0년 말 0.71%였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4%로 오른 뒤 올해 1분기엔 2.31%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의 상황은 가히 절망적이다. 2022년 2분기 0.5% 수준이던 연체율이 올해 1분기 1.52%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심지어 2022년 초 10.7% 수준이던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12.7%까지 확대됐다.
채무 총량이 늘어나는데 더해 연체율까지 급등하는 건 경제주체들이 중병에 걸렸다는 방증 중 하나인데, 대한민국이 지금 딱 그런 상태다.
생산·투자·소비 모두 약세인 트리플 약세장의 도래
6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 지수는 지난 3월 2.3% 줄어든 뒤 4월에 1.2%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작년 3∼4월 이후 1년여만이다.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것은 작년 4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설비투자는 4.1%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한편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하락 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p)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크다.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p 내렸다.
전 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만에 동반 감소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보였는데, 윤석열 정부만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4일 KBS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오죽하면 자동차 담보대출까지 늘리겠는가?
국민경제 전 부문이 무너지는 가운데 가계는 더 이상 빚을 낼 담보가 없자 자동차까지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는 지경이다.
6월 3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저축은행 전체 기타담보대출(자담대) 고객 수는 3000여명, 취급금액이 53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 1월에는 6800여명, 970여억원으로 126.7%, 83% 성장했다. 대출 비교 핀테크기업 핀다에서 발생한 자담대 한도조회 역시 급증세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자담대 한도조회는 약 1125만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약 492만건) 대비 무려 12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5월에만 한도조회 건수가 약 552만건에 달했다.
또한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서고 보험약관대출도 71조원을 기록하는 등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경제는 붕괴 중인데 집값 띄우기에만 애쓰는 윤 정부
위에서 살핀 것처럼 국민경제는 생산, 투자, 소비, 부채 모든 면에서 말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국민경제는 붕괴되건 말건 아랑곳 없이 서울 아파트 가격 띄우기에만 혈안이다.

서울경제신문 6월21일 1면 기사 캡처.
윤 정부는 터지기 직전의 가계부채를 관리할 목적으로 7월 1일부터 시행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의 시행을 두 달 연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고작 부동산에 태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보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민경제를 수렁으로 이끄는 윤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레거시 미디어들은 도리어 윤 정부를 도와 무주택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는 호객꾼 노릇에 열중이다.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를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