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서울 아파트시장 …실거래가↓ 미분양↑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실거래가지수가 하락전환했다. 강남4구 중 하나라는 강동구에선 적지 않은 공동주택들이 악성 미분양 물량으로 시장에 나와 있다. 이와 더불어 분양불패를 자랑하던 서울에서도 마이너스피가 붙은 분양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출을 조이자 바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만큼 부동산 시장의 체력이 떨어진 상태인데, 내년엔 은행 대출 증가율이 1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만큼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떨게 만들고 있다. 안팎으로 켜켜이 누적된 악재들이 부동산 시장에 차츰 반영되는 중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반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0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한 것은 작년 12월(-1.19%)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며 올해 들어 첫 하락 전환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의 시장 거래가 변동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지만,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될 경우 변동폭이 불안정한 한계도 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한 것은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더불어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유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돈줄 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은 10월에도 실거래가 지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말까지 신고된 매매계약 건으로 산출한 10월 실거래가지수 잠정지수는 서울이 0.36%, 전국은 0.06%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강동구에 속출하고 있는 악성미분양 공동주택들
강남 4구 중의 하나라고 자부하던 강동구에서 미분양 공동주택 물량이 속출해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9월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969가구였다. 놀라운 건 25개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강동구가 309가구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년 동기(212가구) 대비 무려 45.8% 증가한 수치다. 최근 분양한 ‘그란츠리버파크’도 미분양이 발생한터라 실제 미분양 주택은 309건을 상회할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업체별 미분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강동구는 천호역 마에스트로(58가구),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 1·2차(62·75가구), 길동경지아리움(32가구) 강동중앙하이츠(32가구), 미사아름채아파트(25가구), 다성이즈빌(15가구), 천호아스하임오피스텔(10가구) 등이 미분양 상태다.
이들 단지 대다수는 천호동과 성내동, 길동 인근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과 강동역, 길동역이 가깝다. 입지는 훌륭하다. 문제는 대단지가 아닌데다 작은 평수인 데 비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강남4구 중의 하나라고 자랑하는데다 입지도 좋은 강동구 소재 공동주택 중 상당수가 미분양 상태라는 건 부동산 시장의 풍향이 바뀐 방증이라 해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강동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51가구로 서울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주택(537가구)의 절반 가까운 물량이다.
마이너스피가 등장한 서울 아파트 시장
분양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분양권 마이너스 피가 등장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자이르네 전용면적 42㎡는 7억 3000만 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이는 분양가 대비 무려 1억 37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또한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0㎡ 매물은 10억 2642억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고 나왔다. 일반공급 분양가 10억 2682만~10억 8415만 원이었고, 발코니 확장비 3650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7000만 원 정도 마피가 발생한 셈이다.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인 은평자이더스타 전용 49㎡의 경우 분양가 대비 2000만 원 낮은 7억 9380만 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물론 분양권 마이너스피가 붙은 곳은 대체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입지 혹은 주택 유형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서울에서 마피는 이례적이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서울 부동산 시장마저 침체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증거로 볼 법하다.
내년에는 은행대출을 기대하지 마라?
한편 내년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최근 15년 중 가장 낮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 시장참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내년 원화대출 증가율을 4.5%로 전망했다. 올해 대출 증가율 전망(6%)보다 1.5%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전망치대로라면 2010년(3.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전년말 대비 원화대출 증가율은 2021년 8.2%, 2022년 5.3%, 2023년 4.6%였다.
내년도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출관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내년 사업계획은 우량한 중소·중견기업에 얼마나 대출을 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고, 그만큼 위험가중치도 높아서 은행들이 소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악재들이 속속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는 중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만 가득하다. 대내적으론 부동산 시장 가격을 큰틀에서 규율하는 성장, 금리, 대출이 모두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지시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론 고금리와 고물가와 고환율의 삼중 파도가 강타 중이다. 상황이 더욱 나쁜 건 개선될 거시지표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반전하고, 강동구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마피가 등장하는 건 부동산 시장을 큰틀에서 규율하는 악재들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증좌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갈길이 아주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