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렇게 질문해 보자. 서울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해야 떨어질까? 답은 자명하다. 매도자가 매물을 급매로 싸게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외면하면 된다. 그러면 급매가 급급매를 부르고 매수자들은 자취를 감추며 서울 아파트에 잔뜩 낀 가격 거품은 대부분 꺼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이자 관건은 서울 아파트 소유자들이 자기 아파트를 싸게 팔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어려운 결심을 하게 만드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파산이나 실직이나 중병 등과 같은 개인적 우환은 제외하고 살펴보자.

아파트를 팔 결심

우선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대위기 상황의 습격이 꼽힌다.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고 국가부도 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몰락 같은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엄습하면 공포에 휩싸인 아파트 소유자들이 아파트를 투매하고 매수자들이 일시적으로 실종되면서 가파른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

역전세난의 도래도 아파트 가격 급락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 존재하다시피하는 전세는 자기 자본을 적게 들이고도 자가를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무이자 대출제도다.

그런데 전세가 임대인을 공격할 때가 있다. 기존 전세 계약 시보다 전세 시세가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기 어려운, 이른바 역전세 상황이 전개될 때가 그렇다. 역전세가 극심하고 집주인이 도저히 갭을 메꾸기 힘든 처지가 되면 집주인은 도리 없이 주택을 급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대규모 역전세로 인한 아파트 가격 하락은 한국적 특수성인 셈이다.

장래 가격전망에 대한 극도의 비관이 대세를 형성할 때도 아파트 소유자들이 급매를 결심한다. 비관의 근거는 아파트 가격상승에 매우 부정적인 통화정책, 암울한 경기전망, 아파트 가격하락에 친화적인 정부정책 같은 것들일 것이다. 예컨대 금리가 추세적이고 급하게 상승하거나, 경기침체가 끝없이 지속되거나, 정부가 세제·대출·공급·공공임대 등의 정책을 아파트 가격 하락을 목표로 투사하는 경우들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규제지역 늘리고 대출 더 조이고…10·15 부동산 대책 포인트

이런 관점에서 이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살펴보면 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성 싶다. 이번 대책에는 ▲ 주택수요 관리 강화 ▲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의 방안들이 망라됐다.

정부는 주택수요 관리 강화를 위해 현행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규제지역 지정 효력은 16일부터 발생한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돼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전세대출 제한 등의 다층적 규제도 수반된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가 이들 규제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도 묶었다는 사실이다.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자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토허구역으로도 묶은 것이다.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는 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6·27가계대출 대책’을 더 강화한 버전이다. ‘6·27대책’으로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일률적으로 6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대책은 거기서 더 나아가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해 고가일수록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 15억∼25억 원 이하는 4억 원 ▲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한도가 설정됐다.

아울러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DSR 산정 시 포함하게 된다. 차주별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도 현행 1.5%에서 3%로 높인다. 이는 향후 금리 인하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 16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한도가 감소하게 된다.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시점도 당기기로 했다.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당기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이 주담대 대출총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 동안에는 수요자를 타겟으로 해서 대출을 억제했는데 이제는 공급자를 직접 겨냥해서 공급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부동산 거래 감독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의지를 천명했고, 그 동안 극력 회피해왔던 부동산 세금 강화에 대한 뜻도 총론 수준이긴 하지만 밝혔다.

집 팔아야 할 압력이 안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대책들이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이 자기 아파트를 팔 결심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갭투기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고, 사는 것과 파는 것이 모두 무척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아야 할 뚜렷한 압력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는 크게 줄 것이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줄거나 더 나아가 지루한 횡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목표로 세제 등의 대책까지 총동원해야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장의 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시장참가자들이 지닌 자금과 정보가 정부 정책의 효과를 단기간에 상쇄할 만큼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재명 정부가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급락까지 각오하고 덤벼들어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나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시장은 언제나 예측을 불허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하향안정화를 추동할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은 보유세 등을 위시한 부동산 세금의 강화다. 다행한 것은 보유세 등의 부동산 세금에 대한 이재명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모쪼록 이재명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부동산 세제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흔들림 없이 집행내 나가길 빈다. 그게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오마이뉴스 2025년 10월 1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