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 이후에 나와야 할 정책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10.15대책에 담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시장안정 로드맵은?


10.15대책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어떤 방법과 순서를 통해 규율하려고 하는지가 드러난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크게 ▲ 주택수요 관리 강화 ▲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의 방안들이 포함됐다.

정부는 주택수요 관리 강화를 위해 현행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가 이들 규제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도 묶었다는 사실이다.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자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토허구역으로도 묶은 것이다.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주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허제로 동시에 묶은 건 이번이 최초다. 이번 조치는 증시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서킷브레이크와도 같다.

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뉴시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돼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전세대출 제한 등의 다층적 규제도 수반된다.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는 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6·27가계대출 대책’을 더 강화한 버전이다. ‘6·27대책’으로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일률적으로 6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대책은 거기서 더 나아가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해 고가일수록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 15억∼25억 원 이하는 4억 원 ▲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한도가 설정됐다.

아울러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DSR 산정 시 포함하게 된다. 차주별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도 현행 1.5%에서 3%로 높인다. 이는 향후 금리 인하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 16일부터 적용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한도가 감소하게 된다.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시점도 당기기로 했다.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당기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이 주담대 대출총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에는 수요자를 타겟으로 해서 대출을 억제했는데 이제는 공급자를 직접 겨냥해서 공급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거래질서 확립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전 어떤 정부보다 강력하고 내실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와 투기수요 유입 근절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담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등 시장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범정부 대응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허위로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하는 수법의 가격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와 의심 사례 수사 의뢰에 주력하고, 자체적으로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에 적극 대응한다.

금융위는 사업자 대출이 주택 구입으로 용도 외 유용되는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한강 벨트 등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 거래와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를 전수 검증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주관으로 841명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에 투입한다.

아울러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설치해 현재 소관 부처들이 각기 담당하는 불법행위 관련 조사·수사의 기획·조정을 맡긴다. 자체적으로 수사조직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 각 기관은 10.15대책에 따라 조사와 수사와 세금추징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범위와 밀도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앞선 6.27대책을 포함해서 10.15대책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재명 정부가 어떤 정책수단과 어떤 순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는지가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금융을 최대한 차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6.27대책과 10.15대책에 담긴 대출 대책은 일찍이 본 적 없는 강도와 촘촘함을 자랑한다.

이재명 정부는 투기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전세제도에 대한 문제의식도 뚜렷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토허제로 묶은 것도 갭투기를 사실상 봉쇄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 더해 통정허위매매, 시세조작, 부당거래 등등의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수사권까지 지닌 전담감독기구를 설립해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결국 각종 시장교란 및 왜곡행위를 엄단해 시장질서를 정상화시키고, 강력한 대출규제를 통해 금융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하며, 전세의 투기 지렛대 기능을 약화시켜 시장을 규율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생각으로 보인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민중의소리

보유세 로드맵과 대안적 공급정책이 나와야 할 때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이 10.15대책 이후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 상승률도 둔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가격이 하락세로 급전직하한 것도 아니다.

기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대략 충족시켰다고 봐야 옳다. 금융의 부동산 시장 유입의 최소화, 갭 투기에 대한 강력한 통제, 시세 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 엄단이 그것이다.

이제 남은 것 중 하나는 특히 ‘한강벨트’에 과잉집중된 투기수요를 억제할 기대수익률 하락 장치의 도입이다. 이를 위한 취적의 정책수단이 종부세 현실화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종부세 현실화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단행할 로드맵을 설계하고 발표해야 옳다.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및 노령자특별공제를 대폭 없애고, 보유주택수가 아니라 합산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개혁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남은 퍼즐은 공급정책이다. 기실 공급이 문제가 되는 곳은 서울, 그중에서도 ‘한강벨트’ 지역이다. ‘한강벨트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길은 재건축 및 재개발 등 정비구역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것뿐이다.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없애고 용적률을 더 상향해 줘서 정비구역 사업을 촉진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저 강남부자들의 이익 극대화에 복무하는 자들일 뿐이다. 그래봐야 주택순증이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비싸기 이를 데 없는 주택들만 공급되고 투기심리의 폭발로 서울 부동산 시장 전체가 통제불능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따라서 대안적 주택공급정책을 통한 대안주택의 공급이 관건이자 핵심이다. 서울과 서울에 최근접한 경기도에 사용할 수 있는 국공유지를 전부 찾아 전량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옳다. 우선 용산공원예정부지, 태릉골프장, 서리풀지구 등의 사업타당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법적 장벽을 비롯해 다양한 제약이 있겠지만 돌파해내야 한다.

공급정책이 시장을 흔들려면 공급위치, 공급량, 공급기간, 공급유형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누구나 탐내는 용산이나 서리풀 같은 곳에, 10만호 수준의 물량을, 5년 이내에 입주가 가능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면 시장은 공급쇼크로 하향안정화될 것이고 공급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10년을 내다보고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위시해 서울에 위치할 필요가 없는 국가기관들의 지방 이전도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 등이 이전한 노른자위 땅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지어 공급한다면 서울에서 공급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민중의 소리 2025년 11월 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