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양도세 중과대상인 다주택자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다주택자는 오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해도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다주택자가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실거주 의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주택자 대출 연장 중단 등에 힘입어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금리 등의 방향성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가 유의미한 상승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주택자 급매 겨냥 양도세 중과 퇴로 만들어줘
정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 보안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유예는 당초 발표대로 ‘2026년 5월 9일’ 종료하되, 해당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중과적용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증가 및 지역별 허가처리 시차, 시·군·구청의 심사 소요기간(15영업일) 등을 감안하면 4월 중순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더라도 5월 초까지 허가 여부가 불확실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심사 기간을 고려해 이달 17일을 사실상 신청 기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넘기면 중과 배제 여부가 불확실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어, (5월 9일) 신청분까지 인정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매도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5월 9일까지 시·군·구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다주택자가, 허가를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4개월 또는 6개월 이내 양도를 마무리하면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4개월 이내인 9월 9일까지, 작년 10월 신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이내인 11월 9일까지 양도해야 한다.

무주택자 실거주 의무 완화 등 보완조치도 마련
한편 다주택자가 제3자에게 임대 중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매도하는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도 완화된다.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원칙적으로 허가 후 4개월 이내 실거주해야 하지만,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경우 거래 자체가 제한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실거주 의무 유예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전입 의무도 유예된다.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개월 중 늦은 시점까지 전입을 미룰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 허용 여부에 대해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매물 증가 효과와 함께 한시적으로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에게만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한 데 대해 1주택자 ‘역차별’ 해소를 주문한 바 있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는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4월 중으로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다주택자 매물 더 나올지 시장은 주목
정부가 9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종료일(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중과에서 배제하는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급매물이 더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다음 달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경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관련 부처에 검토를 지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대책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들에게 시간적 여유와 퇴로를 충분히 제공해 더욱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 크다.
서울에서 하락 전환한 강남권 아파트값의 내림세가 최근 주춤하고, 외곽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해지는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매물 유도에 나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의 담보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매물 증가를 도모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가 세입자 거주 상태의 집을 팔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출구를 열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주효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첫째 주(4월 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은 직전주 대비 평균 0.10% 올라 상승 폭이 3주 만에 다시 축소했다.
최근 약세였던 성동구(0.04%)와 강동구(0.01%)가 상승 전환했고, 양천구(0.12%)와 동작구(0.07%)는 직전 주 대비 상승 폭을 키웠으나 나머지 지역은 오름폭을 축소·유지하거나 하락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 지속 여의치 않아
이재명 정부가 대출 등을 조이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점차 올리며 서울 등 핵심요지의 국공유지를 풀어 조기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에 총력을 경주하는 마당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유의미한 상승을 지속하긴 어렵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육성에 정권의 명운을 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안정 기조를 바꿀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는 지방주도성장을 국정의 최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서울 등의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금리의 움직임마저 예사롭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살아나는 기미가 역력해 자칫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이미 시장금리는 계속 상승 중이다.
어느 것 하나 서울 아파트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실수요건, 투기수요건 이런 사정들은 인지하고 시장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