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실패하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동력도 급격히 소진될 것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 2018년은 찬란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들이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치른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그 해 남북 간에 벌어진 일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판문점 회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 대통령은 평양에 들어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남북 간에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예방하는 조치 등을 포함한 광폭합의는 남북 관계의 질적 도약을 의미했다.
또한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판문점 만남이 상징하듯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수교를 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북미 관계 정상화라고 할 때 이는 분단체제에 파열구를 내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해석됐다.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가져올 직·간접 효과에 시민들은 열광했고 무혈탄핵을 이끈 한국의 민주주의에 힘입어 국격은 끝없이 상승했다. 반면 박근혜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야당은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의 완벽한 복수라고 할 2018년 지선 대첩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19년이 되자 민심의 풍향은 다른 곳을 향했다. 지지율은 빠르게 하락했고 북미 수교가 선언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하노이 회담은 노딜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급기야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윤석열이 일으킨 검난(檢亂)이 여름부터 발발하며 문재인 정부를 곤경속으로 몰아넣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
한때 80%를 자랑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던 원인은 단연 서울 등의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었다.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던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발표했던 보유세 등의 개편안이 지극히 반개혁적이었고 이는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
2018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을 키우며 문재인 정부의 숨통을 조여갔다. 문 정부도 부동산 대책들을 발표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미봉에 그친 대책들은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를 견인하지 못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유동성 대홍수의 시대가 도래하자 시장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시민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부동산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민심은 빠르게 이반됐다.
그렇다면 대관절 문재인 정부는 왜 처음부터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에 올인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건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를 그릇되게 반면교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은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경우 참여정부 당시에 주요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참여정부 실패(낮은 지지율, 연이은 선거패배, 정권채창출 실패, 노 대통령의 서거 등)의 가장 큰 원인을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의 추진에서 찾았던 듯 싶다. 보유세가 대표적인데 정치적 반발은 극심하고 효과는 미심쩍은 보유세 현실화를 참여정부가 끝까지 고집하다 정권도 잃고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도 잃었다는 생각을 문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들 다수가 공유했던 것 같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공화국 혁파에는 미온적이었던 반면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에 올인하다시피했던 까닭이 설명된다. 시민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남북 경협이 비약적으로 증진되면 투자와 고용,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에 올인하고, 부동산 문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적당히 관리하는 것이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겐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다 집에 난 불을 끌 수는 없는 법이다. 남북 관계라는 마차로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사회경제적 모순이라는 말을 견인할 수는 애초부터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보유세 정상화 등을 통해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올인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남북관계를 힘있게 추동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지지율 추락을 거쳐 결국에는 정권재창출 실패로 내달릴 수 밖에 없었다.
3대 메가프로젝트도 부동산 공화국 혁파 없이는 성공할 수 없어
지난 문재인 정부 얘길 길게 한 건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서다. 이재명 정부는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흔히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로 대략 4755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거대 프로젝트다. 호사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 투자, 김대중 정부의 정보화 투자에 비견하곤 한다.
중요한 건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에 정권의 명운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대한민국을 AI를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지방주도성장을 꾀하며, 초과이윤의 적절한 배분을 통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 등을 달성하려 한다.
옳은 결정이며 적실한 판단이다. 하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 다수의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으뜸으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부정평가 원인 중에서 단연 1위로 꼽히는 것이 부동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정부 1년 동안의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모두 제친 압도적 1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 등에 전세가격과 월세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까지 나타났다.
식상한 감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무주택자들로부터 유주택자에게 부가 이전되는 것으로, 무주택자들 입장에선 시지프스의 신화 속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지대경제의 추구를 통한 혁신경제의 고사, 금융 등 자원배분의 왜곡, 저출산, 다양한 층위의 양극화 등의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더욱이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은 2014년부터 잠시의 조정을 제외하곤 끊임없이 대세상승을 지속 중인터라 여기서 다시 한번 급등한다면 정말 통제불능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수행동력은 급속히 소진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총력을 경주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지속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몰릴지 모른다. 다수의 시민들에게 3대 메가프로젝트는 어음인 반면, 부동산은 현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나서야 한다. 급등한 증시에서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과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수만명의 노동자들을 감안할 때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홍수에 직면한 상태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유동성 홍수가 부동산 시장을 휩쓸지 못하도록 높고 튼튼한 제방을 구축해야 한다. 보유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의 정상화가 바로 그 제방에 해당한다. 대출이나 금리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위협은 기대수익률의 저하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정책수단이 바로 보유세 등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만큼 약하다면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홍수의 쓰나미에 휩쓸릴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쓰나미는 이재명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삼킬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