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강남3구 랜드마크 단지들에서 지난 거래 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가 하면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세제개편의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다. 하지만 매수세는 좀체 붙지 않고 있다. 한편 조정을 받는 강남과 달리 비강남은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이른바 비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초과세수 등이 대량으로 발생하는만큼 이를 재원으로 삼아 서울 등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폭발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서울 등에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된다는 시장의 믿음이 형성된다면 비강남의 매수세도 대기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반포와 압구정에서 수억원씩 가격이 떨어진 계약이 속출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 25층은 지난 7일 4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17일 같은 층에서 54억 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5억 5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 18층은 지난 1일 37억 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주 만인 지난 15일 같은 평형 16층은 이보다 2억 1000만원 낮은 35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00㎡ 3층은 지난 5월 20일 29억 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27일에는 이보다 2억 5900만원 적은 26억 6100만원에 계약됐다.
호가를 낮춘 매물도 눈에 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4차 전용 117㎡ 3층 매물은 지난달 11일 65억원에서 이달 12일 60억원으로 동일 세대 호가가 5억원 내려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3층도 지난달 25일 33억원에서 이달 11일 30억 4000만원으로 2억 6000만원 저렴한 매물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 10층 매물도 이달 3일 39억원에서 12일 37억 5000만원으로 호가가 낮아졌다.

매물은 나오는데 매수자는 찾기 힘들어
한편 현장에서는 최근 거래가 매수세 위축 속에 나온 급매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서울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이 내려간 것은 맞지만 지금은 매수자가 별로 없다”며 “급하게 팔려면 가격을 낮춰야 거래가 되는 상황이고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예상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세제 개편 등의 영향으로 내년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포동 공인중개사는 “세제 개편으로 고가주택 보유 부담이 커질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내년 4∼5월께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공인중개사도 “내년 봄 일부 매물이 나오고, 하반기로 갈수록 매도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제 개편안에 등록임대주택과 상생임대주택의 양도 관련 세제 특례에 처분기한을 두는 내용이 담긴 만큼 내년 하반기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개 숙인 강남 vs 고개 드는 비강남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9월2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13% 올랐다. 다만 상승률은 8월 다섯째 주(0.29%→0.22%)부터 4주 연속 축소 흐름을 이어갔다.
세제개편에 따른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강남3구는 약세가 지속됐다. 서초구(-0.37%)는 전주 대비 0.11%포인트, 강남구(-0.42%)는 0.06%포인트 각각 낙폭을 키우며 7주 연속 하락했고 송파구(-0.14%) 역시 하락폭을 0.02%포인트 확대하며 3주 연속 내렸다.
한강벨트 대표 지역인 용산구(0.02%)는 보합권에 근접했고 마포구(0.06%), 동작구(0.11%)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3구는 세제개편안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강남3구로 갈아타고자 가격 조정 매물이 꾸준히 출회되는 한강벨트 지역도 주 단위로 소폭 상승·하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대문구(0.44%), 동대문구(0.39%), 성북구(0.39%), 노원구(0.37%), 중랑구(0.36%), 강서구(0.33%) 등 중하위권은 대단지와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로써 서울 전체 변동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로 작년 2월 첫째 주부터 85주째 올라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85주)와 동률이 됐다.
강남권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중하위권이 일정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서울 전체 가격 상승을 떠받치는 형국이어서 상승 기간은 길어질 전망이다.

올해 초과세수 ’50조원+α’…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 넘을 듯
비강남 아파트 시장심리를 진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공급폭탄도 그 중 하나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이 폭발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형성된다면 비강남 아파트의 들끓는 시장심리를 눅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마침 반도체 메가 특수 등으로 인해 세금이 엄청나게 걷힐 예정이다.
27일 관련 정부 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발표할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에서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어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때 세입경정으로 이미 늘려 잡은 세입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올해 연간 세수가 465조 4000억원으로 추경 기준 국세수입(415조 4000억원)을 그만큼 웃돈다는 의미다.
올해 세수는 종전 역대 최대인 2022년 395조 9000억원을 4년 만에 넘어설 것이 사실상 확실시된다. 지난해 국세수입(373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91조 5000억원 넘게 많은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 같은 세수 여건 호조를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의 신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단년도 예산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저수지’라고 설명한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세수 여건이 어려워져 결손이 발생하면 기금으로 재정 여력을 보강한다는 구상이다.
미래대응기금의 기본 바탕이 되는 ‘추가세수’는 162조 3000억원이다. 2027년 내국세 세입예산 가운데 최근 10년간 추세선을 웃도는 부분으로, 이달 말 세수 재추계에서 나오는 초과세수와는 별개다. 이 금액에 올해 초과세수 최소치 50조원만 더해도 212조 3000억원이 된다.

시장이 경악할만한 공공임대 폭탄을 투하해야
때마침 정부도 공급에 총력을 경주할 태세다.
국토교통부는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을 21일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을 총 119만가구, 연평균 약 24만가구 공급하고 이 가운데 77%(약 92만가구)를 주거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 배정한다.
119만가구는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임차 가구(871만7천가구)의 약 13.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임대주택은 공공택지 등에 건설하는 건설형 35만가구, 도심 공급 속도가 빠른 매입형 31만 3000가구, 기존 민간 주택을 활용하는 전세형 23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5만 2000가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한다.
3기 신도시 등에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 24만 3000가구(수도권 21만 1000가구)를 공급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모델로 지분적립형 또는 수익공유형도 도입한다.
공적주택 중 올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에 약 15만가구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약 10만가구)이 3분의 2를 차지해 수도권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이번 계획을 통해 10년 이상 거주 가능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2024년 193만 1000가구에서 2030년 250만가구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금융지원 강화와 임대료 규제 완화를 통해 20년 이상 운영되는 장기 민간임대 모델을 도입해 임차인의 안정적 주거를 지원할 방침이다.
취약계층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을 수요층으로 한 보편형 공공임대도 새로 도입한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가족 단위 세대가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전용 84㎡ 등 넓은 평형을 포함하고, 구조 개선과 마감재 고급화 등으로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역세권, 도심 등 선호 입지 중심으로 2030년까지 건설형 17만 5000가구를 착공하고 매입형 1만 8000가구를 약정하는 등 보편형 공공임대 약 19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오래된 공공임대는 재건축, 리모델링이나 시설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신축 공공임대는 역세권 등 선호 입지 공급을 늘리는 한편 중형 평형 비중 확대, 층간소음 저감 구조 적용 등으로 품질을 높인다.
국토부의 계획은 평가할만 하다. 관건은 실행이다. 또한 초과세수 등이 든든히 자리하고 있는만큼 계획 보다 보편형 공공임대 등의 공급량을 훨씬 더 대담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민간주택시장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민간주택시장이 주택시장을 사실상 독점함에 따라 주택가격의 과도한 상승과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상존한다. 따라서 보편형 공공임대를 포함한 공공임대 주택의 숫자를 지금 보다 폭발적으로 늘려 주택시장에서 민간임대차시장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강력한 대체재가 있으면 주택 가격의 안정과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재명 정부가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공공임대주택 시장의 역사와 패러다임을 바꾼 정부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