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아파트 거래↑…토허제 풀면 전월세난 잡힐까

[시민언론 민들레]

정부의 8·3 세제개편안 발표 후 팔린 서울 아파트 중 10건 중 8건이 15억원 이하 거래로 나타났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저리의 정책 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 비중이 폭증했다.

세제개편안은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를 겨냥하고 있지만 증세 부담에 거래가 저조한 반면, 전월세난과 대출 규제로 인해 저가 아파트에만 상대적으로 많은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전월세난이 중저가 주택의 매수 수요를 폭증시켜 중저가 주택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만큼 전월세난을 완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1년 전부터 시행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제 개편안 발표 후 고가 주택 거래는 사라지고 15억 이하 주택 거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자료를 분석한 결과 8·3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 이후 계약된 서울 아파트 중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약 79%(계약 해제, 공공기관 매수 건 제외)를 차지했다.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해 10·15대책 전 10개월(2024년 12월∼2025년 9월) 동안 평균 73.3%를 보이다 올해 7월까지 10개월간(2025년 10월∼올해 7월)은 76.8%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시가 15억원 이하는 최대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로 매수세가 몰렸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5억 이하 중에서도 6억 이하 주택의 거래가 급증해

초고가 주택의 증세를 골자로 한 8·3 세제개편안 이후에는 강남권에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늘고 가격도 하락했지만, 중저가 아파트의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다.

매매가 대비 많은 대출이 가능한 데다 강북 등지의 저가 전월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정부의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전체의 25%로 10건 중 4건을 차지했다.

10·15대책 전 17.0%, 10·15대책 후 올해 7월까지 20.5%였던 것과 비교해 세제개편안 발표 후 증가 폭이 유독 크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규 전월세 물건이 사라지니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층들이 어쩔 수 없이 생애최초 등 디딤돌대출을 받고 매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의 70%, 최대 3억2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이자도 연 3%대로 낮으니 일반 주담대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15억원 이하 거래에서도 금액 따라 차이가 있었다.

6억원 이하와 함께 6억 초과∼9억원 이하 거래는 10·15대책 전 23.2%에서 10·15대책 후에는 25.9%, 올해 8월 이후에는 27.6%로 증가세를 보인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는 10·15대책을 전후해 33.1%에서 30.4%로, 올해 8월 이후엔 26.3%로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결과적으로 9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만 늘고, 나머지는 거래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시세 9억∼15억원만 해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3억6천만∼6억원의 대출을 받더라도 대출액보다 많은 5억4천만∼9억원 이상의 자기 자금이 필요해 내 집 마련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 하락세 지속되고 비강남도 상승 기력 떨어져

한편 최대 4억원 대출이 가능한 15억 초과∼2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작년 10·15대책을 전후해 18.4%에서 16.0%로 줄었고, 8월 이후 15.3%로 더 축소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타깃이기도 한 2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8.3%에서 7.2%, 5.8%로 각각 감소했다.

강남권 초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전고점 대비 10억∼20억원 이상 싼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세제개편안의 불확실성, 보유세 부담 등으로 인해 아직은 매수자들이 관망세가 큰 것이다.

거래량 감소는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구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8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진 반면, 강북을 포함한 비강남 지역은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노원·도봉·강북·성북·중랑구 등지도 가격 상승 피로감으로 매매가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이고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들은 가격 낙폭이 큰 단지부터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는 분위기여서 점차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제는 계속 들고갈 조치는 아니야

무섭게 상승하던 비강남권역 아파트들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상승세가 꺾인 건 아니다.

서울 비강남권역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무섭게 폭등하는 건 단연 전월세 품귀 때문이다. 전월세가 너무 귀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너무 뛰니 차라리 중저가 주택을 매수하는 선택을 하는 수요자들이 많은 것이다.

비강남권역의 전월세난 심화는 아무래도 10.15대책 당시 나온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1년 전에는 서울 전역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너무 무서웠고 갭투기가 기승을 부린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확대라는 극약처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실거주자가 아니면 매수를 어렵게 만든 토지거래허가제가 거래 자체를 동결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며, 이 조치를 길게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자명하다. 비유하자면 부동산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주식시장의 서킷 브레이커와 유사하다.

다행히(?)금리가 시장안정에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승 중이다. 따라서 차제에 비강남권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도 검토해 봄직 하다. 전월세 가격은 거의 전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면 전월세 가격이 안정을 찾고 그리 되면 주택 매수심리도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중저가 아파트 거래↑…토허제 풀면 전월세난 잡힐까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지정 현황. 자료 : 국토교통부

<민들레 2026.10.05>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