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4분기 네 집 중 한 집꼴로 처분가능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살림을 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적자가구 비율은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적자 비율이 더 컸다. 수출호황이나 주식시장 활황이 저소득층에게는 남 얘기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옥죄는 부동산에 대한 고삐를 더 강하게 당기고, 소득하위계층만 가입이 가능한 국민성장펀드를 만들어 증시활황이 저소득층의 자산 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적자가구 비율 25.0%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적자가구 비율은 25.0%를 기록했다.
적자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를 의미한다.
적자가구 비율은 4분기 기준 2019년(26.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년 23.3%로 낮아졌다가 2021∼2023년 24%대를 기록했고, 2024년 23.9%로 내려왔으나 지난해에는 1.1%포인트(p) 상승했다.
누적된 고물가로 가계수지 여건이 다시 악화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지출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적자가구는 투자 여력조차 부족해 자산가치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적자가구 비율은 일시적인 내구재 소비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데이터처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년 4분기의 경우 추석 명절이 포함돼 관련 지출이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하위 20%가구의 적자비율은 무려 58.7%에 달해
통상 적자가구 비율은 일반적으로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높다.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8.7%로, 1년 전보다 1.8%p 높아지며 60%에 육박했다. 2년째 상승세다.
소득 2분위도 22.4%로 1.3%p 높아졌다.
3분위는 20.1%로 0.1%p 상승했고, 4분위는 2.9%p 상승한 16.2%로 나타났다.
다만 소득 상위 20%인 5분위만 7.3%로 0.9%p 낮아졌다.
늘어난 이자 부담도 가구의 지출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적된 가계대출 잔액 증가로 이자 부담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비소비지출 가운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 4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 3000원(11.0%) 증가했다.
이자비용 규모는 분기 통계가 작성된 2019년 이후 4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3만 200원을 기록하며 처음 3만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2400원(8.5%) 늘어난 수준이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이자 부담이 체감 경기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 “우리나라 경제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
한편 산업 간 불균형과 같은 구조적 취약성으로 수출 확대나 증시 호조가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과거 회복기에 비춰본 현 소비 국면 판단과 전망’ 보고서에서 “(2000년대 이후 다섯 차례의 민간 소비 회복기와 비교해)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 취약성에 더 크게 노출됐다”면서 “소득·자산 가격 등 거시여건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세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 조정에 따른 것으로, 변동성이 높아 평가 이익이 영구적인 가처분소득 증가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은 “민간 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해 올해부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면서도 “여건 개선의 소비 파급 경로가 약해진 점을 고려하면 향후 증가세가 과거와 비교해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더 잡고 저소득층에게도 증시 활황에 올라탈 기회 줘야
지난해 4분기 소득상위 5분위를 제외한 모든 소득분위에서 적자가구가 증가한 건 매우 나쁜 신호다. 적자가구가 늘어나면 당장 소비에 치명적인 제약이 발생한다. 특히 소득 1분위 가구의 적자가구 비율은 참혹할 지경이다.
이재명 정부는 적자가구의 비율을 줄이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가계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를 더 낮출 수 있도록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혁파를 위한 싸움을 더 강력하고도 정교하게 전개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주거비 직접지원도 늘려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만 가입할 수 있는 국민성장펀드 같은 것을 만들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증시호황의 과실을 저소득층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은 펀드에 가입할 자금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가 초저리의 융자와 보증을 제공해야 옳다.
주거비가 대폭 줄어들고 저소득층도 증시활황의 과실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적자가구의 비중도 감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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