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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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처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선호지역 중심으로 간헐적인 고가 거래가 성사되다보니 오름세가 다시 강화되는 듯하다. 심지어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오름폭이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여부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오 시장은 올해 3월에 강남과 송파 일부 지역을 묶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격적으로 풀면서 투기심리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적어도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운운할 자격이 없다.
서울 아파트 값 직전 주 대비 0.2% 상승해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1월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0% 올랐다. 상승률은 1주 단위 기준으로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10월20일 기준) 0.50%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같은 달 넷째 주(10월27일 기준) 0.23%, 11월 첫째 주(11월3일 기준) 0.19%에 이어 직전 주에는 0.17%까지 축소 흐름을 이어가다 4주 만에 다시 확대됐다.
부동산원은 “매수 문의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 위주로 상승거래가 체결되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성동구(0.37%→0.43%)가 행당·성수동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키웠고, 양천구(0.27%→0.34%), 강서구(0.14%→0.18%), 광진구(0.15%→0.18%) 등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또한 10.15 대책 시행 전 이미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묶여 ‘내성’이 강할 것으로 관측됐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는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송파구(0.47%→0.53%)와 용산구(0.31%→0.38%)의 상승률이 서울 전체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고 서초구(0.20%→0.23%)와 강남구(0.13%→0.24%)도 오름폭을 확대했다.
노원구(0.01%→0.06%), 도봉구(0.03%→0.05%), 강북구(0.01%→0.02%), 금천구(0.02%)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일부 상승폭 확대도 관찰됐으나 타지역 대비 상승률은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도 일부 지역의 가격 움직임 예사롭지 않아
경기도 전체(0.10%→0.11%)로는 직전 주 대비 상승 폭이 소폭 커진 가운데 지역별 편차가 나타났다.
규제지역 중 과천시(0.40%→0.35%)와 성남시 분당구(0.58%→0.47%), 하남시(0.36%→0.21%), 안양시 동안구(0.21%→0.19%) 등은 상승폭이 축소된 됐다. 반면 의왕시(0.08%→0.38%), 성남시 수정구(0.07%→0.29%)와 중원구(0.08%→0.14%), 광명시(0.16%→0.38%), 용인시 수지구(0.24%→0.42%) 등은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의왕시는 2021년 10월 넷째 주 0.39%를 기록한 이후 약 4년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풍선효과 대표 지역으로 꼽힌 화성시(0.25%→0.36%)는 상승폭이 확대됐으나 구리시(0.33%→0.24%), 용인시 기흥구(0.30%→0.12%) 등은 오름세가 둔화했다. 인천(0.04%)은 직전 주와 상승폭이 같았고, 수도권 전체(0.11%→0.13%)로는 오름폭이 소폭 커졌다. 지방(0.01%→0.02%)은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광역시(0.01%→0.02%)와 세종(0.02%→0.06%), 8개 도(0.01%→0.02%) 모두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부동산 시장이 고개드는 마당에 토허제 해제 운운하는 오세훈 시장
정부의 잇단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서울 전역으로 확대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해 “지금은 해제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제333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김종길(국민의힘·영등포2) 의원의 관련 질의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사실 처음에 풍선효과가 걱정되더라도 지정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처음에 너무 넓혀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와서 풀면 그때 당시와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통계상 잡힌 거로 나오지 않느냐”며 해제 여부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주장과는 달리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잡혔다는 통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는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토허구역 성급히 해제했다 투기에 휘발유 뿌린 오 시장
정부가 10.15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상당 부분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건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서킷 브레이크를 발동한 셈이다. 시장이 비정상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거래를 일시 중단시킨 것인데, 시장은 여전히 비정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판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입에 담는 건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오세훈 시장은 특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지난 3월 강남과 송파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방적으로 해제해 부동산 투기심리를 들끓게 한 사람이 바로 오세훈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아랑곳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운운하는 소릴 태연히 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능력이 상당부분 결손된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