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를 매수 계약했다가 해제한 비율이 2020년 조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만 8000억 원에 가깝다. 심지어 올해 가격이 급등한 성동구 같은 경우 무려 계약해제율이 10%에 달한다. 실제로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하고 최소한 1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으로 쉽게 낼 사람은 손에 꼽는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율이 유례없이 높다는 사실은 ‘가격 띄우기’ 목적의 허위매매계약이 창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신설한만큼 허위매매 등 모든 부동산 시장교란행위를 추적해 적발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장교란행위들은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시세조종에 상응하게 엄벌해야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된다.
서울 아파트 계약해제율 2020년 3.8%→2025년 7.4%로 급등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까지 거래건수(이하 공공기관 매수 제외) 7만 5339건 가운데 현재까지 전체 계약의 7.4%가 해제 신고됐다. 이는 실거래가 자료에서 계약 해제 여부가 공개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높다.
2020년 평균 3.8%였던 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율은 기준금리가 크게 뛰고 거래 절벽이 심화된 2022년 5.9%로 늘었다가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4.3%, 4.4% 선으로 떨어졌다.

위약금 10% 치면 계약당 1억 3683만 원, 총 7660억 2000만 원
현재까지 신고된 해제 계약의 총 거래금액이 7조 6602억 원, 계약당 평균 13억 6838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계약 해제에 따른 위약금을 10%만 잡더라도 총 7660억 2000만 원, 계약당 평균 1억 3683만 원을 매수자가 속절없이 매도자에게 건네준 셈이다. 단 매매계약이 ‘허위’가 아니라 ‘진짜’였을 때를 전제해야 한다.
한편 구별로는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지역인 성동구의 해제율(1∼11월)이 10.2%로 가장 높았다. 용산구가 10.1%로 뒤를 이었고 중구(9.8%), 중랑구(9.3%), 서대문구(9.0%), 강동구(8.7%), 강남구(8.6%) 등의 순으로 해제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송파구는 계약 해제율이 5.1%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 폭등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는 건 곤란
일각에서는 계약 해제 급등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확대 재지정, 6월 새 정부 출범 후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대책, 10.15 규제지역 확대 등 굵직한 대책들이 연거푸 발표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거래 당사자들이 계약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서울 아파트 계약해제율은 1, 2월 각각 6.8%와 6.6%로 매우 높았다. 물론 3월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3구와 용산구로 확대 재지정한 뒤 3월 8.3%, 4월 9.3%, 5월에는 9.9%로 계약해제율이 높아졌다는 점, 6.27 대출 규제로 돈줄 죄기가 본격화된 6월은 해제율이 10.6%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고, 7월에도 10.1%로 10%를 넘겼다는 점은 정부정책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자기 피 같은 현금을 적게는 1억 원 이상, 많게는 수억 원 넘게 위약금으로 매도인에게 헌납하면서까지 아파트 매매계약을 실제로 해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극히 의문이다. ‘가격 띄우기’ 목적의 허위매매계약이 창궐했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는 주가조작처럼 무섭게 처벌해야
때마침 ‘집값 띄우기’ 등 부동산 관련 시장교란 행위를 체계적으로 감시하는 범정부 감독 기구 설립을 추진할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지난달 3일 공식 출범했다.
추진단은 앞서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내년 초 총리 산하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부동산 불법 행위 감독기구 설립과 이를 위한 법률 제·개정, 행정 절차 지원 등을 담당하는 상설 조직이다.
감독기구 설립 전까지는 부동산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 역할도 일정 부분 담당하며 부동산 불법 행위 조사·수사에 필요한 범부처 간 정보 공유, 협력 등의 업무까지 수행하게 된다.
이 기회에 정부는 증권감독원에 상응할만한 부동산감독원을 신설해 허위매매 등 각종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모두 적발하고 엄벌해야 옳다. 허위매매 등을 위시한 각종 부동산 교란 행위는 정보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적이다. 주가조작과 부동산 시세조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