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데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가계부채도 우상향하는 마당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에 힘입어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하는 국면에 우리나라가 진입한 터라 금리 인하의 필요성 자체가 반감했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보다 중요한 건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사실이 함의하는 바는 자산시장,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에 심대하다. 때마침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인데. 금통위의 이런 행보는 시장이 충분히 예측한 바였다. 금통위가 금리를 거듭 동결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환율과 집값 등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 서학개미 등 거주자의 해외 달러 투자 수요 증가, 해외법인들의 달러 현지 유보 등의 이유로 147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1500원이 멀게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마당에 금리까지 내리면 원화 가치 약세에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재명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서울 아파트 가격도 금통위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0% 높아졌다.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0.50%) 정점을 찍은 뒤 3주 연속 떨어지다가 4주 만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초고강도 대출 관리 대책에도 멈추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복병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현재 769조 2738억 원으로, 이달 들어 2조 6519억 원 늘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 5270억 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 원)은 7월(1335억 원) 이후 가장 많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 혹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의 소멸
이번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결정 보다 중요한 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달까지 줄곧 의결문에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인하 기조’가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바뀌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 자체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2%로, 지난해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특기할 대목은 2027년 성장률이 1.9%로 처음 제시됐다는 사실이다.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약 1.8%)보다 높은 2.3%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은의 전망이 맞는다면 내년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노무라의 예측이 맞다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각각 거두게 된다. 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활력을 찾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시장,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기준금리 인하사이클이 사실상 종결됐다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대출과 금리다. 대출은 이미 많이 잡혔고 금리의 하방이 닫히고 상방이 열렸다는 사실은 집값 상승을 억제할 재료로 기능하기 쉽다.
마침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 중이다. 지난달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담대 금리가 약 2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올해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열린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6%대에 근접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3.93~5.33% △신한은행 3.83~5.23% △하나은행 4.46~5.76% △우리은행 3.82~5.02% △농협은행 3.63~6.43% 등이다.
이들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 12일 기준으로 최고 6%대를 돌파했다.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채 5년물 기준 은행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보면 하나은행(4.78~6.08%), 농협은행(4.35~6.05%)의 상·하단이 높게 형성돼 있다.
지금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기다. 무리한 ‘영끌’과 ‘빚투’는 자칫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