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농사꾼’ 향한 선전포고…이런 대통령은 지금껏 없었다

[제언] 비농업인 농지소유 비율 50% , 수도권 특히 비싸… 농지 불로소득 차단해야 경자유전 실현 가능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주택에서 농지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주택이나 상가·빌딩뿐만 아니라 농지도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로 볼 때 농지투기에 대한 그의 언급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말 놀랍다. 일찍이 정부수립 이래 농지투기 문제까지 직접 거론하고 해결하겠다고 나선 대통령은 없었기 때문이다.

농지에 대한 투기는 어느 정도일까? 가장 간단하게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로 투기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 2015년 당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은 43.8%였으니 11년이 지난 2026년 현재는 5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2020. “농지 소유 및 이용제도 정비방안”).

즉 농지의 절반 이상을 비농업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대통령은 농지투기 문제 해법의 원칙을 제헌헌법부터 명기된 ‘경자유전’에서 찾았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해야 한다는 헌법의 정신으로 우리 사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자유전 원칙을 허문 근본 원인 ‘불로소득’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 다시 말해서 도시민들이 농지를 소유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농지와 농업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그 이유는 농지 보유와 매각을 통해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을 노리는 농지투기로 인해 농지 가격이 폭등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산골짜기에 버려지다시피 한 밭도 5만 원, 10만 원, 심하게는 20만~30만 원씩”이나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도시에서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그 본질은 똑같다는 점이다. 자기가 직접 거주하지 않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이유가 불로소득에 있듯이, 농사짓지 않은 사람이 농지를 보유하는 이유도 시세차익인 불로소득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면, 도시의 부동산도 농촌의 농지도 실제 사용할 사람이 소유하게 된다. 주택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거주 용도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농지는 농민이 보유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은 농지든 도시에 있는 부동산이든 “세제, 규제, 금융 등 부동산을 투기·투자용으로 보유하는 것이 ‘하나 마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부동산 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농림업 토지가격은 농림업 생산액의 무려 28.1배

그러면 장기간 투기로 인해서 농지 가격은 얼마나 오른 걸까? 비싸다, 혹은 싸다는 건 상대적이기에 농림업 생산액과 농림업 토지가격과의 배율을 통해 가늠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행에서 농경지와 임야의 시가를 제공하고 있고 농축산식품부가 농림업 생산액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여 배율의 추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래 <그림 1>이다.

‘가짜 농사꾼’ 향한 선전포고…이런 대통령은 지금껏 없었다
<그림1> ‘농경지임야가격/농림업 생산액’과 ‘지가총액/GDP‘ 배율 추이

<그림 1>에서 보듯이 자료확보가 가능한 해인 1995년부터 배율은 다음과 같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10에서 15 사이의 배율을, 2002년 이후에는 2007년 28.9를 제외하고 2015년까지 15에서 25 사이의 배율을, 2016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는 25에서 31 사이의 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배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0년 31.2이고 2024년 기준으로는 28.1이다.

30 가까이 되는 이 배율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그 정도는 GDP 대비 지가총액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GDP 대비 지가총액은 1995년에서 2019년까지 3.5배에서 4.5 사이에 머물렀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4.8에서 5.5 사이에 머물렀으며, 2024년 기준으로는 4.7이다.

GDP 대비 지가총액 배율과 농림업 생산액 대비 농경지임야가격 배율을 비교하면 우리가 예상했듯이 농지 가격의 비싼 정도는, 다시 말해서 거품이 낀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알게 된다. 사용가치인 지대(地代)와 교환가치인 지가(地價)의 괴리가 가장 극심한 부동산이 바로 농지라는 것이다.


‘개발 기대 가치’가 농지 가격 폭등·휴경지 증가 원인

그렇다면 농지 가격에 이렇게 거품이 많이 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분명히 할 건 비싼 수도권 농지와 상대적으로 싼 비수도권 농지의 농업적 사용가치(land rent)는 비슷하다는 점이다. 매년 그 농지를 이용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위치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옥도나 규모화 정도로 인해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경기도에서 농사짓나 호남에서 농사짓나 재배 면적과 노력이 비슷하면 소득도 비슷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면 수도권과 지방의 농지 가격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무슨 까닭에 서울과 경기도 농지의 평균 가격은 ㎡당 각각 94만 원과 20만 원을 약간 상회하는데, 전남의 농지 가격은 ㎡당 2만 6천 원 밖에 안 되는 걸까? 왜 서울과 경기도의 농지 가격이 전남의 36.3배와 7.8배나 되는 걸까?(뉴스1. 2022.9.26. “충북 농지 가격 서울과 16배 차이…㎡ 5만 7299원”) 그건 수도권 농지엔 개발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농지지만 나중엔 대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농지 가격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다.

농지 가격 = 사용가치 반영 가격 ① + 개발 기대 가치 반영 가격 ②

앞서 말했듯이 사용가치를 반영하는 ‘가격 ①’은 그 농지의 위치와 무관하게, 즉 수도권에 있으나 지방에 있으나 비슷하다. 따라서 위 식에 따르면 수도권의 농지가 비싼 이유는 개발 기대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 ②’가 비수도권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도권에 있는 어떤 농지가 100년 후에도 농지로 존재하는 것이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아무리 수도권이라도 ‘가격 ②’는 제로에 가깝게 되고 결과적으로 농지 가격은 매우 낮게 된다. 요컨대 농지투기 문제 해결의 관건은 100%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 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달린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농지소유자는 ‘가격 ②’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욕구가 강할수록 농업 활동에 대한 의지는 약해지고 휴경 가능성은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개별 농지소유자의 휴경 결정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힘들게 농사 져서 먹고 사느니 개발 바람 불어서 시세차익을 누리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휴경지는 얼마나 될까? 또 경작 가능 면적에서 휴경지가 차지하는 비중 추이는 어떨까? 아래 <그림 2>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작 가능 면적은 2008년 171만 3600㏊에서 2024년 146만 1000㏊로 16년 만에 무려 25만 3400ha나 줄어든 반면, 휴경면적은 오히려 4만 4700ha가 늘었다. 만약 휴경률이 일정하면 휴경면적도 경작 가능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서 줄어들어야 함에도, 오히려 늘었다. 그런 까닭에 휴경률은 2008년 2.2%에서 2024년 5.7%로, 무려 2.6배나 는 것이다.

휴경에는 여러 가지 경우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농지소유자가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 ▲농지 상속인이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면서 그냥 방치하는 경우 등 다양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시세차익, 즉 개발 기대 반영 가격인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모두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림2> 경작가능면적과 휴경률 추이
<그림2> 경작가능면적과 휴경률 추이

대통령이 강조한 헌법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구현하려면 농지 불로소득을 확실하게 환수 및 차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농지 영역에서 단행해야 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방법이다. 농지 불로소득을 누리는 게 불가능하면 투기는 사라져서 농지는 자연스럽게 농민이 보유하게 된다. 또한 농지 가격이 안정되면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여기에 필자는 농민 전체에게 농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농지투기 차단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도시 거주자가 주택 불로소득을 누리지 않듯이 농촌의 농민도 농지 불로소득을 누리지 않는 대신 농업의 생태 환경적 기여와 같은 다원적 기능을 고려하여 농민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투기도 막고 농업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물론 이 ‘패키지형 개혁’은 치밀하게 설계되고 진행되어 할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을 향하여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다. 건물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낡아서 가치가 하락하지만, 토지는 일정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 놓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위치가 좋아지면 땅값이 올라가고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투기적으로 상승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부동산은 토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라. 토지는 우리의 삶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토지에 문제가 생기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문제 이외에도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정부가 적기(適期)에 알맞은 규모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가 야기되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농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농업 기회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의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부동산 문제, 더 정확히 말하면 땅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관점에 있을 때라야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의 관점을 비로소 획득하게 된다는 점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필자가 보기엔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이 나라의 모든 문제의 원천은 부동산 문제”라고 한 것에서 그런 인식이 강하게 묻어난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은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책의 최고 책임자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것, 둘째는 국민을 믿는 것, 셋째는 일관성과 입체성과 체계성을 갖춘 정책 패키지 제시와 추진인데, 만약 첫째와 둘째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셋째 조건도 온전히 충족시키게 되면 이 원대한 목표를 임기 내에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2026년 2월 2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