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개편 방향, 보유세가 핵심 양도세는 보조수단… 정부에 남은 골든타임, 1년

이재명 정부가 7월 말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책을 총괄하는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SNS를 통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번 자금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직원들이 받게 될 막대한 성과급 유동성 때문이다. 은행 대출 없이도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쥔 자산가들이 한강 벨트나 강남, 분당, 동탄 등 핵심지로 대거 진입하여 이번 세제개편의 효과를 잠식하고 집값을 다시 끌어올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김용범 실장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동산 세제개편을 제대로 하면 걱정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아무리 현금이 시중에 넘쳐나도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 자금은 쉽게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물론 시장 전망과 무관하게 강남이나 한강변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다는 개별적 욕구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정부가 발표하는 세제개편의 내용을 보고 ‘하향 안정화’를 예측하는 순간 투기적 수요는 증발하고 매물 공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요컨대 세제개편의 내용과 강도가 지금 나오고 있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다면 김 실장의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 호황과 반도체 특수에서 비롯된 거대한 유동성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부동산 세제개편의 방향은 무엇이어야 할까.
보유세가 핵심 수단이고 양도세는 보조 수단이다
먼저 부동산 세제에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 보유세이고 양도세는 보조 수단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소유자 입장에서 보유세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매년 정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보유 비용’이며, 양도세는 매각 시점에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이다. 여기서 핵심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누리는 ‘편익’에 비해 ‘보유 비용’이 낮을수록 매각 시 기대 수익이 커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보유 비용이 편익에 근접할수록, 즉 보유세가 강화될수록 매매차익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담해야 할 양도세 자체가 별로 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처분 시점에 시세차익을 대거 환수하는 양도세만 강화해도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낮은 보유세, 높은 양도세’ 조합은 직관으로 설득력이 있게 들리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보유 기간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인 ‘지대(rent) 소득’은 손을 못 데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부동산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편익에 상응하는 보유 비용이 청구될수록 부동산의 효율적 사용이 촉진되는데 양도세에만 의존하면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셋째, 부동산을 쥐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 ‘동결 효과(lock-in effect)’를 유발해 시장의 효율적 배분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보유세가 높으면 지대 소득인 불로소득을 환수하게 되어 비효율적 소유자는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시장에 처분하게 된다. 물론 매매차익도 여간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한편 보유세가 소득 흐름과 무관하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이 부족한 세금인 것처럼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릇된 관행에 기댄 주장이다. 자동차를 소유할 때 자신의 소득과 유지비를 고려하듯이 부동산(주택) 역시 소득 수준에 맞게 적정하게 소유하는 것이 정상적인 자산 시장의 모습이다.
소득에 비해 비싼 부동산을 장기 보유하는 것은 대개 매매차익를 기대하는 투기적 목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보유세는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기대수익률을 낮추어 소득에 맞는 부동산 보유를 유도한다.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층 1주택자의 경우, 추후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상속·증여할 때 세금을 정산하는 ‘과세이연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보유세, 이렇게 개편하자

그렇다면 보유세는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여기에서 필자는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보유세 강화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는 단번에 강화할 수 없다. ▲세율 인상 ▲종부세 과세기준 강화 ▲과표구간 신설 ▲공정가액시장비율 상향 등을 통한 과표 현실화와 같은 다양한 방법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향후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꾸준히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일부 초고가 주택만 겨냥하는 ‘핀셋형 보유세 강화’ 혹은 종부세 대상자만 강화하는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금이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고 투기 심리를 제압하려면, 부동산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보유세 강화 선언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재명 대통령이 주창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의 토대가 마련된다. 이 지점에서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말했듯이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고 주권자 국민을 신뢰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둘째,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서 다주택자 중과 방식에서 인별(人別)로 보유한 주택을 합산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수 기준으로 종부세를 매기자 강남이나 한강 벨트 초고가 아파트로 자금이 쏠리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어 시장이 더 왜곡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뼈아프게 경험했다. 지금도 1주택 종부세는 과세 기준도 낮고 오래 보유할수록 깎아주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것도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셋째, 비주택의 경우에서는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토지 보유세는 강화하고 건물 보유세는 낮춰야 한다. 그리고 용도별(종합/별도/분리)로 나누어 차등 과세하던 방식을 용도 구분 없이 보유한 모든 토지를 인별(人別)로 합산해서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의 용도별 차등 과세는 토지를 다양하게 골고루 보유한 사람에게 유리한 과세체계여서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나고 세 부담이 낮은 용도로 전환하려는 입법 경쟁을 부추기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건물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이유는 건물을 새로 짓고 개축하고 증축하는 생산활동을 장려하자는 취지인데, 이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다.
이런 세 가지 방식을 염두에 두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시장에는 꼭 필요한 부동산만 보유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물론 여기에 보유세 강화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고 조세 저항을 완화하며 기본소득 시대를 안정적으로 열기 위해 보유세 세수 초과분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얼마든지 덧붙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원칙을 더하자면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우대와 보호는 보유세가 아니라 ‘양도세’ 단계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자산 보유 자체에 대한 세금은 공평하게 부과하되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은 처분 단계의 세금인 양도세가 전담하도록 체계를 명확히 분리하자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일반세율로 전환하자
부동산 전체에 대한 점진적 보유세 강화라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지할 필요가 줄어든다. 그래서 필자는 과감히 일반세율로 전환해 주어 다주택자들에게 자발적 퇴로를 열어주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다만 이때 매매차익과 같은 ‘불로소득보다는 노력 소득 존중’이라는 대원칙은 반드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 부담은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세 부담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원칙은 1주택 실거주에 혜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땀의 가치’를 ‘땅의 가치’보다 존중해야 경제의 활력이 커지고 사회적 갈등이 줄어든다.
이렇게 보유세와 양도세 세제를 개편하면 ‘다주택자 악마화’라는 비판은 설 자리를 잃는다. 보유세도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 양도세도 일반세율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 안에서 정당하게 민간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위험한 주거 사다리에서 안정된 주거 계단으로

공급 역시 중요하다.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은 주택 공급이 예년만 못했음을 지적하며 신속한 공급 대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서 제시한 세제개편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공급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하나의 거대한 체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먼저 앞서 설명한 세제개편이 가져올 변화를 직시하자. 보유세가 보편적으로 강화되면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고 다주택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형적인 사금융 체제인 ‘전세’가 종말을 고하고, ‘월세’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필연적이다. 전세는 집값이 끊임없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전제되어야만 유지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전세는 서민의 내 집 마련 사다리인데, 이를 걷어차면 서민은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한다. 목돈을 맡겼다가 돌려받는 전세가 매달 비용이 나가는 월세보다 서민에게 유리하며 그 전세보증금이 곧 내 집 마련의 종잣돈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외면한 단편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전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택 가격이 끝없이 올라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이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야말로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다. 결국 ‘전세 사다리론’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전세 공급자들, 즉 부동산 부자들의 자산 가치가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집값이 떨어져야 무주택자의 자가 보유 문턱이 낮아지고 분양가도 하락한다.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전세 제도를 유지해서, 저리의 전세 대출을 확대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이렇게 전세에 기반한 ‘불안한 사다리’를 걷어내고 안전한 월세를 전제로 한 탄탄한 ‘주거 계단’을 놓아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용산 등 핵심지에 시세차익이 차단되고 분양가는 획기적으로 낮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꾸준히 공급하여 전세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의 비용으로도 주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계속 공급하면 전세 수요가 분산되어 전세가는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교통 요지에 청년·신혼부부 및 저소득 가구를 위한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서 월세 수요를 안정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이렇게 공공이 주거 계단의 디딤돌을 단단히 받쳐줄 때, 위험한 주거 사다리는 안전한 계단으로 전환되고 전세와 월세는 안정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부동산 세제개편은 간 보듯 할 것이 아니라 단번에 확실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설픈 대책은 시장에 매물 잠김과 버티기라는 내성만 키워줄 뿐이기 때문이다.
흔히 “보유세는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다”라며 참여정부의 실패를 예로 든다. 종부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에도 집값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곤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상 시장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유세를 10년 이상 ‘점진적이고 일관되게’ 강화한 적은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보유세의 진짜 힘은 ‘선언 효과’에서 증명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0·29 대책’을 통해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을 때, 입법 전임에도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공고효과(announcement effect)’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2004년은 전년보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금리는 낮았음에도 집값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극은 그 다음이었다. 2004년 연말 실제 입법화된 법안의 강도가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너무 약했던 탓에 2005년 집값은 다시 가파르게 치솟았다. 당황한 정부가 뒤늦게 그 해에 ‘8.31 대책’을 발표하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모두를 2017년까지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만 이듬해인 2006년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다. 당시 이미 정권 교체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은 “조금만 버티면 보유세를 완화해 줄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다”는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은 무력화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의 경험을 정확히 해석하면 시장은 “버티면 정권이 바뀌어 세금은 완화된다”는 잘못된 학습을 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번에 제대로 하자고 이재명 정부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과감한 부동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이제 1년 남짓 남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세제개편의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대전환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