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들레]
정부가 주택공급대책과 금융대책 등이 포함된 8·13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23만 호의 주택을 추가공급하고 신규 공공택지의 착공을 최대한 당기겠다는 것이 공급대책의 골자다. 파격적 공급대책은 없었다. 대신 각종 금융지원책이 잔뜩 들어갔다. PF사업자를 위한 금융지원을 대거 늘렸고, 가계대출총량 증가율을 배로 상향해 정비사업장과 청년 등에게 대출을 크게 늘렸다. 39세 이하 청년들이 저가주택 매수에 나서 시장을 도미노식으로 밀어올리고 사업성이 개선된 정비사업이 지금 보다 더욱 활성화돼 전월세 가격과 매매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릴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사실상의 감세개편안이라고 해야 할 8·2세제개편안과 맞물려 서울 등 의 수도권 주택시장이 더욱 요동칠지 주목된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 23만호 공급대책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재정경제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신규 공공주택지구 약 10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가구+α’의 주택 추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택지로는 서울 강서지구(1000가구), 경기 남양주 도심지구(2만 1700가구), 경기 광주역세권2지구(4500가구) 등 약 2만 7000가구가 우선 발표됐다. 정부는 추후 관계기관 협의 등 절차를 거쳐 나머지 7만 3000가구 이상 규모의 추가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도 올해 중 발표 예정이다.
용산 등의 요지에 파격적인 물량 공급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신규 공공택지 착공 기간 대폭 단축하겠다는 것 외에 주목되는 것 없어
한편 신규 택지는 부지 조성을 거쳐 착공까지 소요 기간을 발표시부터 68개월에서 37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모델을 구축해 공급 속도 높이기에 주력한다. 단순히 공정을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관계기관 협의부터 각종 영향평가와 조사, 보상에 이르는 택지 조성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공급 방안 이행에도 속도를 낸다. 앞서 올해 초 1·29 대책에서 주택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경기 과천 경마장·옛 국군방첩사령부 등 총 6만가구 이상의 도심 공급 부지는 인허가 절차 병행, 부지 조성 신속 추진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착공한다.
이것도 동어반복 수준의 얘기로 새로울 것이 없다.

부동산PF사업자 등을 위한 공급자 금융 대폭 지원해
주택 공급 사업자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PF 보증을 3년간 평균 28조 7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정상 사업장 자금 지원은 강화하고 캠코PF정상화 지원펀드, 은행·보험업권 신디케이트론으로 부실 사업장은 정상화한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비아파트 매입 또는 신축을 위해 멸실 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주담대를 내준다. 사업장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주거사업장’에 한해 도입을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유예한다.
다만, 전세대출 규제는 강화한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에 본인이나 배우자가 실거주 한 적이 없으면서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임대 중인 ‘비거주 1주택’은 투기 목적으로 보고 보증을 제한한다.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행 수도권·규제지역 80%, 그 외 90%에서 내년부터 각각 10%포인트 낮춘다.
이와 함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유형을 고액·고DSR, 고가주택·고LTV로 확대해 위험가중치를 상향하고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도 도입한다.

청년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인가? 대출권하는 정부인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선 4억 원 이하 비아파트 구매시 대출을 지원하는 등 ‘3종 세트’를 마련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청년미래 보금자리론’은 현재 월세 수준의 원리금으로 자가 주택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아파트나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수도권·규제지역 70%, 그외 80%) 혜택도 유지해준다.
기혼자가 대출, 주택 청약 등에서 미혼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를 없앤다.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의 경우 기존엔 부부 합산 소득이 연 8500만 원 이하여야 했는데, 여기에 ‘1인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하인 경우’를 조건에 추가해 둘 중 하나를 충족하면 대출이 가능하게 됐다. 디딤돌·버팀목대출에도 이와 유사한 조건을 추가해 대출 문턱을 낮췄다.

정비사업장의 숙원을 해결해준 이재명 정부
정부는 정비사업 관련 대출인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실수요로 보고 은행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에서 별도 관리해 정비사업 관련 집단대출의 어려움을 줄였다.
오는 31일부터는 이주비 대출 LTV에 신축주택의 가치 추산액(종후자산평가액)을 반영할 수 있게 해 이주비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1.5%까지 조여둔 가계대출 총량관리 증가율 목표치를 3.0%로 풀어준다. 증가율 목표치를 배로 상향하면 30조 원 안팎의 증가분이 생길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이를 이주비 및 집단대출, ‘청년미래 보금자리론’ 등을 위해 쓴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대출 풀고…어쩌려고 이러나?
앞서 이재명 정부는 8·2세제개편안을 통해 초부자들을 제외한 주택보유자들에게 감세 선물을 안겼다. 이는 방송에 출연한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한 방송에 출연한 구 부총리는 “30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거의 세 부담을 줄여줬다. 이게 99% 정도 된다”며 “상위 1%만 과세를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도 줄어들고 나중에 팔 때 양도세도 줄여줬다. 둘 다 올린 게 아니라 둘 다 내려줬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주택보유자들의 기대수익률을 높여줄 감세 드라이브를 건 것도 모자라 부동산 투기의 뇌관이라 할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출대책을 발표했다. 정비사업의 문턱에서 주저하던 서울의 많은 곳에서 정비사업이 동시에 가열차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순증효과는 미미하면서 전월세난과 주택가격 폭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청년들을 위한답시고 수혜대상이 부쩍 늘어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빚내서 저가주택을 사라고 권장 중이다. 윤석열 정부 시기 경험했듯 저가주택에 매수세가 대거유입되면 저가주택의 가격이 상승하고 기존에 저가주택을 보유했던 사람들은 시세차익을 얻은 후 대출을 받아 상급지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이들이 대거 유입된 해당 상급지의 주택 가격도 상승하고 이는 결국 최상급지까지 도미노의 연쇄를 초래한다.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외친 이재명 정부는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하고 용산을 비롯해 상상가능한 국공유지에 수십만호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천명했어야 했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태풍전야의 불안한 고요 상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여기서 더 폭등하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무브도, 3대 메가프로젝트의 힘있는 추진도, 지방주도성장도 모두 허사가 될 것이다. 이미 그 길로 들어선 조짐이 사방에서 출몰하는데 정작 청와대와 민주당만 이를 외면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