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물가의 향배에 주목할 때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중은 금리 인상을 불러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설상가상에 점입가경이다. 물가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오르기만 하는 물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월간 물가상승률 4%, 위협받을 수도
최근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 중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넷째 주 평균 95.0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12월 평균 가격(배럴당 73.2달러)과 비교할 때 두 달 만에 29.8%급등한 가격이다. 심지어 국내 휘발유 가격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110.6달러)은 이미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석유가격이 이렇게 급등하면 생산자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에 이어 지난달(3.6%)까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확대될 경우 유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월 기준 4%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금리 인상 강하게 시사한 한국은행
한편 한국은행은 2월 24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동결시켰다. 비록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시키긴 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한 차례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완화 정도는 더 커졌다”라고 한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연 1.75~2.0%에 달할 것이란 시장 기대에 대해 “시장 예상과 금통위의 시각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이 총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연내 2~3회의 금리 인상은 각오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2월 24일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을 내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2%)와 비교해 무려 1.1%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대거 수정한 이유는 역시 유가의 급등이 컸다.

급등하는 물가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위에서 살핀 것처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를 전제로 기준금리를 1.75%에서 2.0%로 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실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1.75%~2.0%로 상승해도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 형성된 가격이 기준금리 0.5%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개월 전부터 거래가 얼어붙고 급매물이 출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매도자들이 버티려는 의지도 감지된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1.75%~2.0%수준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자부담과 예·적금으로의 자금이동이 이중으로 매도자들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올라온 금리는 전세시장도 강하게 압박해 전세시장에서 과소비를 소멸시킬 것이고, 이는 역전세의 발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더라도 기준금리의 급등은 매도자 우위의 시장을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것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3.1%수준에서 방어될 때의 이야기다. 만에 하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상회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쉽지 않다. 우리가 물가의 향배에 주목할 이유다.
<민중의소리 2022년 3월 2일> 물가의 향배에 주목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