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박근혜 대통령, 양날의 선택? 포기해야 :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축소는 양립 불가

박정희는 운이 좋은 독재자다. 그의 선택과 판단을 한사코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사형선고이자 사실상의 종신통령제인 유신(維新)이 대표적이다. 혹자는 박정희가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신이라는 폭압적 통치체제가 필수불가결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중화학공업화를 통한 산업구조 재편이 긴절한데, 이는 한정된 자원의 전략적 집중, 임금인상 요구 등에 대한 노동권의 억압 등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고, 따라서 유신이라는 유사파시즘적 통치체제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유신과 중화학공업화를 박정희의 양날의 선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해석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꽤 많다.

 

박근혜도 층위와 규모는 다를지언정 양날의 선택을 한 것 같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축소를 동시에 추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내수진작과 가계부채 축소의 묘방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는 취임 초 기자회견에서 한 박근혜의 발언으로 확인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우스푸어는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이고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빚을 내 집을 장만했는데 이자를 갚느라 쓸 돈이 없다 보니까 소비가 안 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부동산 규제들은 오래전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어진 규제인데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달려졌는데도 계속 (규제가)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왜곡되고 있다. 이번에 다행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취득세 영구인하, 수직증축 허용 등 부동산 관련 법들이 통과됐다. 올해부터는 주택매매가 활성화되리라 기대한다” 

 

부동산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가계부채를 축소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가 동원한 정책수단은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제한적 양도세 면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손익공유형 모기지 및 정책 모기지 확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다. 정부는 또한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2017년 말까지 5% 포인트 낮춘다는 목표 아래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분할상환 금융상품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추정컨대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이클은 ‘구매력이 있는 시장참여자들이 부채 없이 주택을 구매 → 주택매매가격 상승 → 주택매매시장 활황을 이용해 하우스푸어들이 주택을 매각하고 부채를 축소 → 부의 효과(Welthy Effect) 및 부채 축소로 인한 가처분 소득 증가 →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일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축소가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처럼 모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참여자들이 주택을 구매하려는 유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택시장이 활황이고 투기가 기승을 부리며 주택 매매를 통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경우, 다른 하나는 주택가격이 매력적일만큼 하락한 경우.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주택시장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이렇다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주택이라는 고가의 재화를 소비할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

 

결국 지금의 시장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려면 시장참여자들이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시장참여자들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 뿐 더러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해도 작년 말 1,021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전월세난의 심화는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박근혜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축소라는 달성불가능한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것이 맞다. 

 

<출처 : 2014년 2월 28일자 미디어오늘>

 

이 태 경 /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