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부동산을 통한 성장과 과감히 작별하라
부동산을 통한 성장에 연연해선 부동산시장 안정에 실패해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나쁜 성장이 아니라 좋은 성장에 집중해야
마침내 이재명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12.3내란 이후 꼭 6개월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하기까지 주권자들이 몰아치는 반동에 맞서 민주공화정을 수호한 역사는 세계 민주주의의 전당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김대중 이후 가장 고난과 시련을 겪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권자의 쓰임을 받는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하다.
전임 정부가 모든 부면에 걸쳐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탓에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무거운 일과 가벼운 일, 급한 일과 천천히 해도 되는 일, 먼저 해야 하는 일과 나중에 해야 하는 일을 구별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와 민생이 파탄 상태인 터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성장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정을 책임 진 대통령과 정부가 성장에 부담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좋은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것도 맞다. 나쁜 성장은 독약과 같아서 장래에 반드시 엄청난 부작용을 수반하게 되어있다. 나쁜 성장의 대표 격이 부동산을 통한 성장이다.
대한민국은 OECD 주요국 가운데 건설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토건국가
2일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로 예상된다. 이는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ECOS) 시계열상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고, 1956년(-6.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다.
건설투자의 분기 성장률(직전분기 대비)도 지난해 2분기(-1.7%)부터 3분기(-3.6%)와 4분기(-4.5%)를 거쳐 올해 1분기(-3.2%)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7년 4분기(-2.8%)부터 2019년 1분기(-0.9%)까지 여섯 분기 뒷걸음친 이래 최장 역성장 기록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폭을 비교하면 최근 네 분기(1.7∼4.5%)가 2017∼2019년 당시(0.1∼2.8%)보다 월등히 크다.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역대 가장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진한 건설 경기가 올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월 1.5%에서 0.8%로 불과 석 달 새 0.7%포인트나 낮아졌는데, 하락 폭(0.7%p) 가운데 절반이 넘는 0.4%p가 건설투자 침체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역대급 건설 경기 악화에는 높은 금리와 건설비용 등 단기 경기 요소들과 인구 감소에 따른 주택수요 부족, 2017∼2022년 과잉투자, 해소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 중장기 구조적 문제가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놀라운 건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가장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건설에 몰빵 중인 토건국가라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건설투자 비중은 11.5%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비중을 봐도 독일(10.8%)·프랑스(12.1%)·영국(9.7%)·이탈리아(11.8%·이상 2024년 기준), 미국(8.8%)·일본(12.1%·이상 2023년 기준)이 모두 우리나라를 크게 밑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명목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4.2%(OECD 통계 기준)다. 그만큼 주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의 건설 투자가 전체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부동산에 사회경제적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48조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9964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4조5337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4조원대의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지난해 9월(5조6029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을 밀어 올린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93조6616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2316억원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5조9148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신용대출도 전월 대비 8214억원 늘어 4월(8868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콘크리트와 작별하고 4차 산업혁명에 올인해야
부동산은 수출할 수 없고,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인데다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최대 요인이고 사회경제적 자원을 왜곡시키는 블랙홀이다. 선진국들이 부동산 산업을 줄여나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올인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선 국가적 관심과 자원이 대부분 4차 산업혁명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선 아무리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고 해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성장과 고용이 여의찮고 가계자산에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대한민국 같은 토건국가에서 부동산도 유지하고 4차 산업혁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좋은 성장에 올인하고, 부동산을 통한 바쁜 성장과는 결별해야 한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했지만 여의치 않자 전세자금대출 확대를 통한 부채주도성장으로 전환했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절대로 밟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