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덫에 걸린 대한민국…망해야 산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결정적 원인은 지난 수 년 동안 이어진 과잉투자가 꼽힌다. 토건국가의 대명사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분명한 건 콘크리트에 기댄 성장과 과감히 작별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될 길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 건설투자 외환위기 이후 최저 예상
2일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로 예상된다.이는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ECOS) 시계열상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고, 1956년(-6.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다.
건설투자의 분기 성장률(직전분기 대비)도 지난해 2분기(-1.7%)부터 3분기(-3.6%)와 4분기(-4.5%)를 거쳐 올해 1분기(-3.2%)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7년 4분기(-2.8%)부터 2019년 1분기(-0.9%)까지 여섯 분기 뒷걸음친 이래 최장 역성장 기록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폭을 비교하면 최근 네 분기(1.7∼4.5%)가 2017∼2019년 당시(0.1∼2.8%)보다 월등히 크다.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역대 가장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진한 건설 경기가 올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월 1.5%에서 0.8%로 불과 석 달 새 0.7%포인트나 낮아졌는데, 하락 폭(0.7%p) 가운데 절반이 넘는 0.4%p가 건설투자 침체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역대급 건설 경기 악화에는 높은 금리와 건설비용 등 단기 경기 요소들과 인구 감소에 따른 주택수요 부족, 2017∼2022년 과잉투자, 해소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 중장기 구조적 문제가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에 몰빵 중인 토건국가 대한민국
건설투자가 파국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잉투자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명목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4.2%(OECD 통계 기준)인데, 건설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선진국이나 주요 국가와 비교해 여전히 비중이 큰 편”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건설투자 비중은 11.5%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비중을 봐도 독일(10.8%)·프랑스(12.1%)·영국(9.7%)·이탈리아(11.8%·이상 2024년 기준), 미국(8.8%)·일본(12.1%·이상 2023년 기준)이 모두 우리나라를 크게 밑돈다. 그만큼 주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의 건설 투자가 전체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다.

콘크리트에 기댄 성장 아닌 4차 산업혁명에 매진해야
통상 개발도상국들은 부동산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 부동산이 전후방 연관산업이 거대한데다 고용을 창출하기 좋은 탓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간다. 부동산의 인질이 되어서는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장이 꺾이고 고용지표가 일시적으로 부러지는 고통이 있더라도 콘크리트 경제와는 결별해야만 한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다. 이지호 국장은 “건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데, 필요 없는 시멘트 덩어리를 짓는 게 이후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전문가도 “건설투자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은 부동산 PF인데, ‘옥석 가리기’ 이야기만 무성하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영끌 등 수요만 믿고 비싸게 땅을 산 시행사가 사업을 추진하다가 금리와 공사원가가 올라 어려움에 닥치면, 해당 시행사는 망하고 그 땅이 싼값에 나와야 옥석 가리기의 물꼬가 터진다. 하지만 일부 중소 건설사나 사업장 이외 망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6/13808_44795_5843.jpg)
건설투자 대신 한은은 인공지능(AI) 관련 발전소 등 꼭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 4차 산업 분야에서 공장을 짓게 하는 방안 등을 건설 경기 대책으로 제시했는데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다.
곧 출범할 민주정부는 토건 기득권의 저항과 건설경기 부진으로 고용이 감소하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가격조정과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소득과의 이격이 너무 큰 집값을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주요 선진국 대비 과도하기 이를 데 없는 건설투자 비중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에 투입해야 할 사회, 경제, 금융 자원의 확보가 가능하다. 단언컨대 모두가 아파트 가격에 매일매일 목을 매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잿빛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