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형 모기지’ 도입… 집값 떠받치려는 꼼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금융당국이 시동을 건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지분형 모기지’)’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 소유권에 공공과 가계가 지분을 절반씩 투자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할 시 손실은 지분을 투자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부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2030 세대 등의 무주택자가 보다 쉽게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폭증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지분형 모기지’를 출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분형 모기지’는 10억 원 이하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혈세를 투입해 집값 떠받치기에 나서려는 금융위 등의 시도를 새로 출범하는 민주정부는 반드시 철회시켜야 옳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출시하겠다는 지분형 모기지 주택
금융당국이 시범사업 하반기 개시 등을 골자로 한 지분형 모기지 도입 로드맵을 내달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출시하려는 지분형 모기지는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주택을 살 때 5억 원은 가계가 직접 조달하고, 5억 원은 주택금융공사(HF, 이하 주금공) 등 공공 정책금융기관의 지분투자를 받는 구조다.
현재의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받아 은행에서 대출받는다면 자기자금 1억 5000만 원으로 10억 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물론 주금공 등이 투자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대략 2%정도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일종의 임대료 개념이다.
가계가 해당 주택을 팔 경우엔 주택가격 상승분을 주금공과 반반으로 나누게 된다. 중간에 여력이 생기면 주금공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다. 집값이 내려가는 경우 후순위 투자자인 주금공이 손실을 부담해 가계 입장에선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이 헷지된다.
재원이 한정된만큼 대상 주택은 지역별 중위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10억 원, 경기 6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범사업 규모는 약 1000호로 관계부처간 협의 중이다. 필요 재원은 4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가계대출 폭증 도화선 될 수 있는 ‘지분형 모기지’
금융위의 설명만 보면 근사하게 보이는 ‘지분형 모기지’는 그러나 치명적인 난점들을 내장하고 있다. 우선 ‘지분형 모기지’ 상품은 서울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집중된 서울에서 10억 원 이하 아파트를 ‘지분형 모기지’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 해당 가격대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쉽다. 다행히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중저가 아파트는 안정된 상태다. 하지만 ‘지분형 모기지’가 들어오면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동요할지 모르며, 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분형 모기지’가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안이라는 금융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오히려 가계부채를 폭증시킬 확률이 높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 없는 무주택 2030 세대가 작은 자본을 들고 ‘지분형 모기지’ 주택을 구입하려면 필경 무리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2030 세대의 미래를 저당잡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1억 5000만 원의 자기자본을 들고 있는 가계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이 가계는 은행으로부터 3억 5000만 원의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하고 금리는 5%다. 이 가계가 은행에게 매달 납부해야 할 이자는 145만 원이다. 원본은 갚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 뿐 아니다. 주금공이 투자한 5억 원에 대한 이자를 연리 2%로 적용하면 매달 주금공에 83만 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매달 거의 230만 원을 이자로만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대출 원금은 원금대로 갚아나가야 한다. 즉 자기자본이 작은 2030 세대가 ‘지분형 모기지’를 잘못 구입하면 평생 빚 갚다가 죽게 된다.
주금공의 지분 투자가 결국 정부 재정 투입이라는 대목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혈세를 들여 집값 떠받치기에 나선다는 것도 문제고, 집값이 하락하면 손실을 공공기관인 주금공이 전부 부담한다는 것도 혈세를 탕진하는 것이므로 용납하기 힘들다.
무주택자와 가계대출이 걱정되면 집값 하락 용인하면 돼
이렇듯 ‘지분형 모기지’는 허다하고 치명적인 약점들로 빼곡한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면 곤란하다. 금융위 등을 포함한 정부당국이 만약 2030무주택자가 걱정되고 임계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근심된다면 집값의 자연스러운 하락을 용인하면 된다.
시장이 충분히 조정을 받고 집값이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오면 관리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소비자들이 천지다. 정공법이 있는데 ‘지분형 모기지’같은 꼼수를 내놓는 금융위 등 당국은 각성해야 한다. 6.3대선을 통해 민주정부가 출범하면 ‘지분형 모기지’같은 상품의 출시부터 철회시켜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