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떠안은 건설업·PF 위험 노출액 250조 넘어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신용평가가 금융업권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의 합산 규모를 2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한신평은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 부실화도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쁜 소식이 또 있다. 2금융권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으로 21.7%로 폭등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쯤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금융권업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이유도, 2금융권 토담대 연체율이 급등하는 까닭도 결국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과도하게 쏠린 탓이다. 경제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에 경도되는 현상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금융업권 건설업과 PF 위험 노출액 252조 돌파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금융업권별 건설업 익스포저 및 PF 익스포저 부담 수준 분석’ 보고서에서 2024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1∼300위 건설사에 대한 금융업권의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합산 규모를 약 252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대출과 유가증권 잔액(회사채 등)으로 산출한 건설업 익스포저는 약 42조 2000억 원, PF 익스포저는 약 210조 4000억 원이다. PF 익스포저 중에서 건설사의 신용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한신평은 추정했다. 이 금액은 자료 접근이 어려운 은행, 보험, 카드, 상호금융 등을 제외하고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먼저 건설업 익스포저의 경우, 시공능력 순위별로 분류하면 1∼50위의 건설업 익스포저가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 순위 1∼20위권의 대형 건설사 익스포저는 20조 4000억 원, 21∼50위권의 중견 건설사 익스포저는 8조 4000억 원, 51∼100위권의 중형 건설사가 6조 1000억 원, 101위 이하 소형 건설사가 7조 1000억 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 보험, 증권업은 대형 건설사, 캐피탈과 카드사는 중견 건설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은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익스포저 비중이 높았다. 신용 사건이 집중되고 있는 시공능력 순위 51위 이하의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비중은 상호금융(56.5%), 저축은행(39.9%)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101위 이하의 소형 건설사 비중 또한 각각 26.5%, 23.5%로 다른 업권 대비 높았다.
한신평은 건설사의 신용 위험에 노출된 PF 익스포저를 신용보강 PF와 준공의무 PF로 나눠 추산했다. 신용 PF는 본 PF와 브릿지론에 대해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했으나 건설사의 신용 사건 발생으로 신용보강 의무 이행이 어려워진 경우로, 4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준공의무 PF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건설사에 신용 사건이 발생해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로 약 23조 2000억 원이었다.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의 부실화 더 심화할 것
한신평은 “최근 건설사 신용 사건 발생 추세와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이번 보고서에서 건설업 합산 익스포저로 표현한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의 부실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신평은 “건설업 익스포저와 건설사 신용위험 노출 PF 익스포저를 비교해보면, 건설업 익스포저도 적지 않으나, 위험 흡수 능력이 높은 은행권의 비중이 높고 제2금융권의 비중은 작아 아직 위험의 무게는 PF 익스포저에 더 쏠려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신평은 “업권별 위험 수준이 개별 업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자산 구성, 충당금 설정 정도, 이익 창출 능력, 자본 완충력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며 “당사는 본 보고서의 리서치 결과와 후속되는 제2금융권의 PF 익스포저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 정기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말 2금융권 토담대 연체율이 전년비 대비 3배 가량 폭등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의 악재는 계속 쌓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해 4분기 기준 PF대출 및 토담대 연체율 현황, 사업성평가 결과와 향후 계획, 부동산 PF 제도개선방안 추진상황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2금융권 토담대 잔액은 18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 3000억 원 줄었지만, 사업장 부실화 등으로 연체채권 잔액은 4조 원으로, 전년말(2조 1000억 원)보다 1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토담대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3.14%포인트 뛴 21.71%를 기록했다. 전년말 7.15% 대비로는 14.56%포인트 치솟아 3배 가까이로 폭등했다.
2금융권에서만 취급해온 토담대는 사업 초기 토지를 담보로 대출하는 상품이다. 사업성으로 대출을 내주는 브릿지론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규제 수준이 낮고 정확한 수치도 알려지지 않아 ‘숨겨진 부실’로 알려져 왔다. 금융당국은 PF 연착륙 대책이 본궤도에 오른 점을 감안해 지난해 1분기부터 수치를 공표하기 시작했다.

출처 : 연합뉴스
부동산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
금융업권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합산액 규모가 250조 원을 넘는다는 점,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던 토담대 연체율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폭등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말하는 점은 분명하다. 너무나 과중한 경제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에 몰빵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가경쟁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정작 자원이 배분되어야 하는 4차 산업 등에는 소홀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본질적 속성상 사이클을 크게 탈 수 밖에 없는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거품 생성과 붕괴의 사이클이 무한반복 되고 있다. 그에 수반되기 마련인 경제사회적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부동산은 수출할 수 없고, 미래성장산업이 아니며, 부가가치 창출도 제한적이다. 그런 부동산에 경제주체들이 목을 매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