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로 몇 억씩 올랐다는 송파 집값…실상은?



토허제 해제로 몇 억씩 올랐다는 송파 집값…실상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매맷값이 급등했다고 언론이 호들갑이다. 송파구 같은 경우는 7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라고 난리다. 설사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국민경제를 생각할 때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송파구의 대장 아파트들 중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오히려 가격이 하락한 곳들도 있다. 언론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을 건 아니라는 말이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언론이 환호작약하는 사이 대한민국 경제는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이러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겠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격이 폭등한다는 강남3구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의 아파트 291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이후 해당 아파트의 거래가 및 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6일 발표한 ‘3월 첫째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오르며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송파구가 0.68% 급등하며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주(0.58%)보다 상승폭을 더 키운 것은 물론 2018년 2월 첫째주(0.76%) 이후 7년 1개월만의 최대 상승폭 기록이다. 이와 함께 강남구(0.38%→0.52%)와 서초구(0.25%→0.49%)가 나란히 상승폭을 확대하며 상승률 2, 3위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2018년 9월 첫째주(0.56%) 이후 6년 6개월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서초구도 지난해 8월 넷째주(0.5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강남 3구와 강동을 포함하는 동남권 매매가격지수도 0.48% 올랐다. 나아가 마포·광진(0.09%→0.11%), 용산(0.08%→0.10%), 강동(0.09%→0.10%), 양천(0.05%→0.08%) 등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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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해제 이후 가격이 떨어지거나 보합인 단지들도 많아

언론은 오세훈의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미친듯이 폭등 중이고, 송파구가 선두주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송파구의 대표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보면 토허제 해제 이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거나 보합세에 머문 단지들을 적잖게 확인할 수 있다.

잠실 엘스 45평은 토허제가 해제된 올해 2월 12일 이전인 지난해 8월 24일에 37억 9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그런데 토허제 해제 이후인 2월 17일 매매가는 35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오히려 2억 4000만 원이 빠졌다.

 
 

출처 : 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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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츠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리센츠 48평은 토허제 해제 이후 최고가 39억 8000만 원을 찍었는데 오히려 그후인 2월 19일에 37억 원으로 떨어진 거래가 체결됐다. 거의 3억 원 가까이 하락했다. 
 

출처 : 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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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펠리스 50평도 토허제 해제 직후 33억 4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하루 뒤인 2월 14일 31억 8500만 원으로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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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포레온이 들어서기 전에는 가장 많은 세대수를 자랑했던 헬리오시티도 사정은 비슷하다. 토허제 해제 직후 24억 원대 거래들이 제법 있었는데 2월 23일에 21억 8000만 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2억 원 이상 빠졌다.
  

출처 : 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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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를 대표하는 단지 몇 곳을 살펴봤지만 토허제 해제 직후 가격이 빠진 곳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언론이 말하는 것이 시장상황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는 매우 위독한 상태 

언론이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의 폭등을 신이 나서 보도하는 사이 한국 경제는 침몰 중이다.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의 세 축이 모두 위축되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두 달 만이고 감소 폭은 커졌다. 특히 생산 부문의 부진이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1.2(2020년=100)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지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2020년 2월은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하기 시작한 때다. 내수도 엉망이고, 설비투자는 2020년 10월(-16.7%)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올해 1월 경상수지가 21개월 연속 흑자에도 불구하고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와 연말 수출 집중 기저효과로 전달 123억 7000만 달러에서 29억 4000만 달러로 줄었다. 한달새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 폭은 둔화됐고, 승용차와 기계류 등은 감소폭이 확대됐다.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다시 흑자 폭이 확대될 것이고, 올해 연간 전망치 750억 달러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으로선 희망사항에 가까워보인다. 지난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90억 달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 2. 11.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 2. 11. 연합뉴스

 

 

강남3구 아파트만 쳐다보다 나라 망할 판

대한민국 경제는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망가진데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마저 격감 중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더구나 인공지능(AI) 등을 비롯한 4차 산업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민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이토록 암울한데 대다수 언론은 강남 3구의 집값에만 혈안이다. 대한민국이 망하지야 않겠지만 만약 망한다면 그 책임의 8할은 언론에게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3월 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