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9년만에 최다, 낙찰가율은 바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가 9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극심한 경기불황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소유자들이 재산의 거의 전부라 할 아파트를 건사하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 것이다. 심지어 송파구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잠실엘스마저 경매시장에 나왔다. 설사 내란사태가 조속히 해결된다해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만큼 올해도 경매시장에는 많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해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건수 9년만에 최다
6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3267건, 매각건수는 1442건을 기록했다. 월별로는 ▲1월 313건 ▲2월 218건 ▲3월 261건 ▲4월 351건 ▲5월 275건 ▲6월 301건 ▲7월 276건 ▲8월 296건 ▲9월 169건 ▲10월 380건 ▲11월 267건 ▲12월 160건이다.
이는 2015년(경매 진행 3472건, 매각 1817건) 이후 9년 만에 최다 수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2.1%로 2015년 이후 두번째로 낮았다. 이는 경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2021년(112.9%)에 비해 20.8%포인트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020년 647건에서 2022년 798건까지 1000건 이하를 유지하다가 2023년 1956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리고 지난해 마침내 3000건을 돌파했다.
통상 경매시장은 부동산 경기의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부동산 시장의 핵이라 할 서울 아파트들이 대거 경매시장에 나오고 낙찰가율도 저조하다는 건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찾아왔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은 직전 최고치인 2013년(14만 8701건) 이후 최대 규모로 12만 9703건을 기록했다.
잠실 대표하는 아파트단지 잠실엘스마저 경매매물로 나와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매물이 크게 증가하다 보니 대장 아파트도 눈에 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149㎡가 지난달 경매시장에 등장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단지가 속한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경매로 낙찰을 받아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응찰자는 0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물건의 감정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 해당 물건의 감정가는 최근 거래가인 33억4000만원보다 1억3600만원 비싼 34억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1차 유찰로 2차 경매는 최저 입찰가인 27억8080만원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2차 입찰에는 응찰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경매행렬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 높아
경매 시장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뜩이나 사면초가 상태인 경제에 내란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제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한다. 놀라운 건 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한사코 키우는 세력이 최상목 권한대행을 우두머리로 하는 내란 내각과 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2기가 곧 출범한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인플레이션 폭탄과 킹달러의 쓰나미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휘청거리는 한국경제에 설상가상의 악재가 더해질 날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올해도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첨병이라 할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