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수익률 고공행진…원화값 더 끌어내리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임계점을 넘은 정부 부채, 매수여력의 약화, 감세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구조적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국채수익률은 바닥을 기는 중이다. 정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가 수익률마저 한국 보다 훨씬 높다면 국내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탈출해 미국으로 갈 건 자명한 이치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약세를 보이는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상승하는 미국채수익률
지난 18일(현지시간) 연준은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시작으로 11월 회의(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3회 연속 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갔다. 9월 인하 개시 이전 5.25∼5.50%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이날까지 세 차례 인하로 무려 1%포인트 낮은 4.25∼4.50%로 낮아졌다.
주목할 대목은 연준이 내년부터 금리를 천천히 내리겠다고 예고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전자거래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준이 금리를 내린 18일 오후 4.51%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1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6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를 보수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해 국채수익률이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미국채수익률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우상향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미국채수익률은 단기물을 제외하곤 5년물 이상의 중장기물들은 1년 이래 최고치를 찍고 있다.

출처 : 인베스팅닷컴
미국 국채수익률은 내려오기가 힘든 구조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의 근간이라 할 국채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에는 구조적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8330억 달러, 환화로 환산하면 2550조 원에 달한다. 경제선진국이라 할 대한민국의 1년 GDP(국내총생산)를 넘는 금액이다. 또한 이미 쌓인 국가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어서 환화로 환산하면 약 4경 8600조 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채 이자로만 매년 약 1700억 달러, 대한민국 정부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 돈을 채권자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와 폭이 너무 빠르다. 비영리 재정 연구 단체 CRFB는 향후 10년 동안 늘어날 재정적자 규모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을 때 7조 500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부자 감세 등이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본 것이다. 내년 1월에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
설상가상으로 해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40조 달러를 상회하는 미국 국채 경매 시장은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국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미국의 재정 구조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의구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들이 늘어나는 국채 물량을 소화하는 대신 더 많은 이자를 줄 것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이자 부담이 더 상승하는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들 이외에 미국 국채를 받아줄 곳은 연준이 있지만 그런 식의 양적완화는 아직 꺼지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살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 미국의 구조적 재정적자에 더해 상하원까지 장악한 공화당이 트럼프의 감세 정책, 이민 정책, 관세 정책 등에 더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국채 발행을 늘려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 일각에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 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리하자면 누적 35조 달러인데다 해마다 2조 달러 가량이 불어나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국내외 국채 매수여력의 약화, 트럼프의 감세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 국채수익률이 내려오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100년간 미 국가 채무 추이(2022년 불변가격) ※$35 T(35조 달러) 출처 : 미 재무부 홈페이지
한국 국채수익률이 바닥을 기는 이유
우상향하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에 비해 한국의 국채수익률은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의 국채수익률은 1년물부터 50년물까지 전부 2%대에 머물고 있는데다 1년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처 : 인베스팅닷컴
한국 국채에 대한 시장의 정상적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국채수익률이 떨어진 것이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예컨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4일 오전 계엄 선포·해제 관련 임시 회의를 열고 향후 14일간 약 15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무제한 매입 조치이다. 시장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고 있는 것인데 그 중 일부는 국채매입에 들어올 것이고 이는 곧 국채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이후 연기금이 증시 방어에 투입된 것을 보면 국채매입에도 연기금이 동원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즉 한국 국채수익률이 바닥을 기는 건 시장이 한국 국채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일 가능성이 큰데 이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원화가치 하락에는 바닥이 없나?
윤석열 정부 들어 약해지기만 하던 원화 가치는 친위쿠데타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5원 내린 1451.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넘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1962.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0.7원)에 이어 3번째다.
심지어 금융권에서는 1500원 돌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 국채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안전한 미국 국채가 수익률 마저 한국 국채를 능가한다면 한국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한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원화가치는 더 하락할 것이고 원/달러 환율도 뛸 것이다. 이쯤되면 원화 가치의 바닥이 어디인지 무서울 지경이다. 대통령 한 명 잘못 뽑았더니 나라가 말 그대로 붕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