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악성 미분양 급증…부동산 침체 이제 시작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지난 2013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집합건물도 경매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분양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도 3년 만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최악인터라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오래갈 듯 싶다.
1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 9703건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이 남았지만 1∼11월 누적으로 이미 2013년(14만 8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재판을 통해 채무명의를 획득해야 하는 강제경매와 달리 신속한 경매신청이 가능해 강제경매에 비해 채권자에게 유리하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임의경매는 2년째 급증하는 추세다. 저금리 시기인 2021년 6만 6248건, 2022년 6만 5586건이던 임의경매는 지난해 10만 5614건으로 전년보다 61% 급증했다. 올해 1∼11월 임의경매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많다.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2년새 2배가 된 것이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집합상가 등) 임의경매 증가세가 가파르다.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 18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 5149건)보다 48% 증가했다. 영끌족들이 치솟는 이자와 폭락하는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데다 주택 거래까지 급감하다 보니 매각에 실패한 아파트, 다세대 등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임의경매 건수는 금리가 높을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한동안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 집값 급등기에 대출 규제를 피해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끌어다 쓴 이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솔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 주택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총 52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미분양(917가구)의 절반을 넘는 57.0%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08가구)보다는 28.2%(115가구) 늘었는데, 이는 2021년(55가구) 이후 최대치다. 준공후 미분양은 대부분 3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의 주택들로, 자치구별로 강동구가 251가구로 가장 많았다. 다만 준공 후 미분양을 제외한 서울 미분양 주택은 394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2% 줄었다. 지난해부터 2년째 감소했다.
불충분한 조정에 최악의 거시경제지표로 침체 길어질 듯
임의경매 물건의 홍수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악성 미분양 물량 출회 등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아직 본격화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전고점 대비 가격이나 기간 면에서 조정을 충분히 받지 않은 상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건 자산시장의 법칙에 해당한다. 게다가 가뜩이나 민간소비, 기업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 모든 부문이 최악인 상태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와 탄핵사태로 거시경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다. 윤석열 탄핵과 새 정부 구성이 조속히 되더라도 한국경제가 원기를 회복하는데에는 시간이 제법 걸릴 듯 싶다. 부동산시장 역시 활력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