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의 미 연준, 파월은 해결사가 될 수 있나?




진퇴양난의 미 연준, 파월은 해결사가 될 수 있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고용시장이 파월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둔화의 기미는 완연한데 시간당 평균임금은 올라가는 등 정책결정자들로선 정책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신호와 꺼지지 않은 인플레이션 불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 증시는 연준 2인자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50bp인하)가능성을 언급하자 급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파월 의장을 필두로 한 연준은 최고 난이도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경기침체에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의 불씨도 꺼뜨려야 하는 숙제 말이다. 


비농업일자리 증가는 부진한데 시간당 평균임금은 상승한 미국 고용시장

정책결정자들의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 2000개 늘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6만 1000개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지난 12개월간 평균 증가폭 20만 2000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6~7월 일자리 증가폭도 수정됐다. 6월 비농업일자리 증가폭은 17만 9000개에서 11만 8000개로, 7월은 11만 4000개에서 8만 9000개로 하향 조정됐다. 두달간 수정된 감소폭은 물경 8만 6000개에 달한다. 이쯤되면 미 노동부의 일자리 관련 통계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지경이다.

하지만 미 노동부의 일자리 보고서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통계도 담겨 있다. 일단 실업률이 4.2%로, 7월(4.3%)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5개월 만에 떨어진 것인데, 시장 전망(4.2%)에도 부합했다. 경제활동 참가율도 62.7%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시간당 평균임금이 상승했다는 대목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4% 올랐다. 월가 추정치 0.3%를 웃돈 수치다. 주간 근로시간도 7월 34.2시간에서 8월 34.3시간으로 늘었다. 양 지표 모두 아직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빅컷 가능성을 ‘호재’가 아니라 ‘악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장

이번에 발표된 미 노동부의 일자리 보고서는 9월 열릴 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폭을 결정하는데 큰 작용을 할 것이라고 평가받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모였다.

경기침체의 가능성과 여전히 견조한 고용시장의 현실이 동시에 담긴 보고서에 시장은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연준의 2인자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빅컷(50bp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 미 증시 3대 지수는 폭락으로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월러 이사는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하면 연준이 더 큰 폭의 인하로 대응해야하고, 이는 연착륙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하 규모와 속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데이터가 더 큰폭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 나도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파로 분류되던 월러 이사의 빅컷 가능성 시사 발언이 있자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73% 떨어진 5408.42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55% 떨어진 1만6690.8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또한 1.01%하락한 40,345.41를 기록했다.

놀라운 건 연준 매파 인사에게서 시장이 고대하던 빅컷 가능성 시사 발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폭락했다는 사실이다. 매파인사의 입에서 빅컷 가능성 시사 발언이 나올 정도로 연준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시장이 해석한 까닭이다. 이제 시장은 연준의 빅컷을 호재가 아니라 악재로 간주한다.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가능할까?

파월 의장을 필두로 하는 연준은 누구도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둔화되는 기색이 역력한 경기를 침체가 아니라 연착륙시켜야 할 뿐 아니라 아직 꺼지지 않은 인플레이션 불씨도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되는 임무가 그것이다.

사실 이건 모순을 해결하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이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면 아직도 제압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래 그래프가 잘 보여주듯 연준이 기준금리를 상단기준 5.5%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는 3%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리면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다.
 

 출처 : 인베스팅닷컴

출처 : 인베스팅닷컴

 

경기의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제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파월의 연준이 잡을 수 있을까? 만약 파월의 연준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파월은 연준 역사에 남을 의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9월 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