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5대 은행도 부실털기 바쁘다…상반기만 3.2조 규모

 

 

5대 은행도 부실털기 바쁘다…상반기만 3.2조 규모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다 보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제 때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폭증 중이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부실채권이다. 금융권의 최상단에 위치해 연체가 낮을 수 밖에 없는 5대 은행이 상반기에 무려 3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털어내 충격을 주고 있다. 연체율도 코로나19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못 갚을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 올리기에만 혈안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만 내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5대 은행 상반기에만 3조 원 넘게 부실로 털어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3조 2704억 원어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는 작년 상반기(2조 2232억 원)의 1.47배 수준일 뿐 아니라, 작년 하반기(3조 2312억 원)보다도 많았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5대 은행 상·매각 규모는 2022년 2조 313억 원에서 2023년 5조 4544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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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A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가 시계열 자료가 존재하는 2017년 이후 역대 최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3년 이후 상·매각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연체 증가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매각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실채권만 폭증하는 것이 아니라 연체율도 증가해

한편 5대 은행의 연체율도 증가 중이다. 지난해 6월 말 5대 은행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평균은 각각 0.28%, 0.24%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03%p, 0.05%p 낮았다. 5대 은행의 6월 연체율과 NPL 비율이 한 달 새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이는 지난달 대규모 상·매각 덕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가계·기업의 빚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경기 둔화 장기화로 한계 차주가 늘었고,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종료에 따른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이후 유예했던 대출채권 만기 도래로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의 다중채무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2천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등으로 가려졌던 부실까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은행권 부실 규모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연합뉴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2천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등으로 가려졌던 부실까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은행권 부실 규모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연합뉴스

 

 

붕괴되는 가계와 기업, 윤 정부는 집값 띄우기에만 혈안

주지하다시피 5대 은행은 대한민국 금융권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5대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만큼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따라서 연체와 부실채권 발생이 드물다. 그런 5대 은행조차 부실채권이 분기가 거듭될수록 폭증하고 연체도 코로나 19시절을 방불케할만큼 늘어난다는 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한 마디로 5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만큼 상대적으로 우량한 가계와 기업조차 은행 빚을 못 갚을 정도로 형편이 나쁘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경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경제는 이렇게 무너져내리는데 국민경제를 책임져야 할 윤석열 정부의 머릿 속에는 오직 서울 아파트 값 띄우기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거시경제 지표가 붕괴되는 마당에 서울 아파트값만 고개를 드는 것만큼 병리적이고 기괴한 일이 없는데 윤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아마 윤 정부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곧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가 곤두박질치고 그렇게만 되면 자산가격도 상승하고 금리 부담이 줄어 연체도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성 싶다. 그렇지만 유동성이라는 모르핀 투약으로 경기가 회복하기에는 경제체력이 너무 바닥이다. 수출과 내수와 재정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금리가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7월 1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