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속보이는 납입인정액 상향…청약통장 가입자 ‘뚝’





속보이는 납입인정액 상향…청약통장 가입자 ‘뚝’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터무니 없이 높은 분양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41년 만에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상향한 바 있다. 청약통장 저축액 등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이 믿기 힘든 속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무모하게 주택도시기금을 당겨 쓴 덕에 주택도시기금은 바닥을 향해 질주 중이다. 그 추세를 늦추겠다며 들고 나온 것이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 상향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여의치 않은 상태인데다 분양가마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약 통장 납입액을 늘리면서까지 청약통장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의 급속한 이탈이 그 방증이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금융을 통한 집값 떠받치기는 수다한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4만 3804명으로 전월(2556만 3570명) 대비 1만 9766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월(2593만 6069명)과 비교하면 무려 39만 명 넘게 감소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2542만 9537명) 이후 최저치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올해 들어 1월 2556만 1376명→2월 2556만 3099명→3월 2556만 8620명으로 소폭 늘어나다가 지난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청약통장 가입자 수 격감에는 무엇보다 고분양가로 인한 청약 수요 감소, 출산율 저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을 통한 신축 공동주택 구입이 매력적인 건 주변 시세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분양가인데, 그 분양가가 서울은 고사하고 경기도만해도 국민평형(전용 25.7평형)조차 10억원이 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윤석열 정부가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들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앞서 정부는 저출산 대책 등이 반영된 대대적인 청약제도 개편안을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복 청약 허용,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 3자녀→2자녀 완화, 미성년자 가입 인정기간 2년→5년 확대, 배우자 청약통장 가점제 신설, 공공분양 신생아 특별공급 유형 신설 등 이 그 대책들이다.

 

 

41년만에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늘린 윤 정부

 

앞서 국토교통부는 13일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상향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월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지만, 공공분양주택 당첨자 선정 때 인정되는 납입액은 월 10만원까지다. 1년에 120만원, 10년이면 1200만원을 인정받는다. 공공주택은 청약통장 저축총액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청약 당첨선은 보통 1200만∼1500만원 수준이다.

 

월 납입금 인정 한도를 25만원으로 늘리면 저축 총액과 관련한 변별력이 좀 더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청약통장에 매달 10만원을 10년 넘게 부어야 공공주택 청약 당첨이 가능한데, 이 기간을 다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5년 9월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건설사 살리기와 집값 떠받치기 위해 동원된 주택도시기금

 

윤석열 정부가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을 높이고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주택도시기금이 무서운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통장 저축액이다. 그런데 청약저축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13조 9000억 원으로 2년 3개월 새 무려 35조 1000억 원 급감했다. 국토부 안에서는 이대로라면 기금 여유자금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정부가 건설사 살리기와 집값 떠받치기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화 지원, 신생아 특례대출 등에 기금을 쏟아부으면서 기금의 고갈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주택도시기금이 말라붙다보니 정작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실적은 지리멸렬이다. 

 

 

금융으로 집값 떠받치기는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이끌 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돌진적으로 추진 중인 대표적인 경제정책이 부자감세, 건설사 살리기, 집값 떠받치기다. 부자감세로 국가재정은 파탄 상태고 금고가 고갈된 정부가 재정집행을 극력 억제하다보니 경제성장률도 곤두박질 중이다. 여기에 더해 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등을 제 멋대로 끌어다쓰는 등 금융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한 건설사를 구제하고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을 쓰지 말아야 할 곳에 탕진하다 보니 공공주택 건설실적도, 임대주택 건설실적도 부진하기만 하다. 윤 정부가 임기를 제대로 마칠지, 어떨지는 누구도 모른다. 중요한 건 윤 정부가 저질러 놓은 과오와 실정이 너무 많고 중대해 윤 정부의 후임 정부는 큰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6월 2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