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저축은행…순손실 폭증, 연체율 수직 상승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 1분기 저축은행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00억 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낸데다 연체율도 8%를 아득히 넘었기 때문이다. 고작 1년 새 우량저축은행이 씨가 마를 정도로 저축은행의 업황은 나쁘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부동산업황 개선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처지라 저축은행들이 겪을 고난의 시간은 한동안 이어질 듯 싶다.

올 1분기에만 1500 억대 적자 낸 저축은행
저축은행중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1분기 154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527억 원 손실)보다 손실 규모가 1016억 원 확대됐지만, 직전 분기(4155억원 손실)보다는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과 경기회복 둔화,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 거시경제 여건이 업계 경영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순손실 발생, 건전성 지표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의 1분기 이자 이익은 총 1조 40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 3913억 원)보다 175억 원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늘어난 것은 이자 수익과 이자 비용 모두 감소한 가운데 이자 비용이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1분기 이자 수익은 2조 4860억 원으로, 여신 규모가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36억 원 감소했다. 이자 비용은 수신금리 안정화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1억원 줄어든 1조 772억 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들이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린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 2292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966억 원)보다 1326억 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손익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406/8513_26335_4326.png)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저축은행 연체율
저축은행은 1분기 손익만 문제가 아니다.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저축은행 1분기 연체율은 8.8%로 작년 말(6.55%)보다 무려 2.25%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경기 침체로 인해 거래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계속 오르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연체율 산정 시 모수가 되는 여신이 감소한 것도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11.00%, 가계대출은 연체율은 5.25%로 작년 말보다 각각 3.52%포인트, 0.24%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10.32%로, 작년 말(7.73%)보다 2.59%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 연체율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연합뉴스
고작 1년 동안 80% 가까이 사라진 우량저축은행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연체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우량저축은행도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2일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88클럽 기준(자기자본비율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 8% 이하)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은 고작 15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88클럽은 자본 적정성과 여신 건전성이 모두 우량한 저축은행에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주던 제도다. 현재 이 제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1년 전 68곳에 달했던 88클럽의 수가 지난해 말 41곳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달랑 15곳만 잔존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저축은행 업황이 이처럼 악화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로 인해 대출 연체 때문이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도 추풍낙엽 신세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려 잡았다.
2분기 이후에는 업황이 개선될까?
저축은행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지금이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축은행은 일단 7월부터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최대 50% 더 쌓아야 한다. 게다가 저축은행이 들고 있는 부동산PF 채권 가운데 일부는 부실채권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설혹 부실로 판정되지 않는 부동산PF 채권이라 할지라도 부동산 업황이 언제 호전될지 알 수 없는 처지라 언제라도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저축은행 입장에선 매우 괴로운 일이다. 은행 등에 비해 열위한 처지의 저축은행으로선 예금을 유치하거나 대출을 일으킬 때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저축은행에게 좋은 재료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저축은행에게 인고의 시간들이 상당기간 펼쳐질 성 싶은데,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