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미분양 통계도 엉터리…정부 “1만채” 실제론 3만채



미분양 통계도 엉터리…정부 “1만채” 실제론 3만채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주택 공급실적을 19만 채나 누락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공동주택 악성 미분양 물량을 절반 이상 줄여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의 통계 발표가 믿을 수 없는 지경이고, 나아가 고의로 왜곡했는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공동주택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 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 9000 채에 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매우 민감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미분양 통계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도 이해불가다. 이미 공급물량을 19만 채나 누락시킨 윤 정부인데 악성 미분양 물량의 통계 정확성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져 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질 듯하다.


악성 미분양 물량, 정부 1만 채 vs 언론사 3 채  

민영방송사인 SBS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2017년 이후 신규분양 단지 약 197만여 공동주택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분석한 결과, 현재 소유주가 개인이 아닌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인 미분양 추정 물량은 2만 9632채로 드러났다고 15일 보도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악성미분양 물량은 고작 1만 1363채에 불과했다. 무려 2.6배나 차이가 난다.  특히 경기도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6698채로 조사됐지만,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1182채로 5.7배나 차이가 난다.

악성 미분양을 비롯한 미분양 통계는 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다. 그런데 악성 미분양처럼 결정적인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 물량 현황. SBS 화면 캡쳐
악성 미분양 물량 현황. SBS 화면 캡쳐



미분양 통계를 왜 시행사 등의 자발적인 공개에 의존하는지 모를 일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확산되는 까닭은 미분양 통계가 시행사 및 건설사 등의 공개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4964가구인데 시장에서는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포함해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10만가구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제에 서울시가 요구하는 것처럼 ‘미분양 신고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낙인효과 운운하며 분양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나 통계의 정확성이 정부 정책 및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임을 생각한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이미 통계누락 의혹에 휩싸인 윤 정부, 시장 신뢰는 바닥

윤 정부는 이미 공급물량 관련해 있을 수 없는 통계누락을 한 전력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0일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데이터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한 바 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 8744가구인데, 3만 9853가구 적은 38만 889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착공 실적은 24만 2018가구지만, 3만 2837가구 적은 20만 9351가구로 발표됐다. 특히 준공 실적의 경우 기존 통계와 수정 통계의 차이가 무려 12만 가구에 이른다. 실적이 31만 6415가구에서 43만 6055가구로 11만 9640가구(38%) 늘어난 것으로 정정됐다. 전체 누락 물량을 합치면 무려 19만 2330가구에 달한다.
 

2023년 주택공급 실적 통계 오류 현황
2023년 주택공급 실적 통계 오류 현황


인허가·착공·준공은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주택 수요자들의 의사 결정과 민간의 사업 결정은 물론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인허가·착공·준공 실적 전부를 정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인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악성 미분양 물량 통계의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으니 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 모르게 추락할 수 밖에 없을 성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5월 1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