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마저 금리 4%넘어…빚이 너무 무섭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11개월 만에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크게 증가한 것이 가계대출 잔액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주담대 금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상품 중 3%대가 줄고 있는데 더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마저 4%대를 넘보고 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사회는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집단으로 체험 중이다.
가계대출 잔액 한 달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 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4조 4346억 원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 3월 가계대출 잔액은 11개월 만에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증가세로의 전환도 심란한데 더 충격적인 건 증가폭이 2021년 7월(6조 2009억 원)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라는 사실이다.
가계대출 잔액을 폭증시킨 건 이번에도 주택담보대출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달 대비 3조 5976억 원이나 불어 540조 2446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부동산 정책 금융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저출산대책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추진 중인 집값 떠받치기 대책인 신생아특례대출을 담당하던 주택도시기금 등의 기금이 급속도로 소진되면서 다시 은행이 대출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 대출도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다가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총선을 앞둔 3월에 가계대출이 일시 감소한 것은 정상적인 가계대출 감소가 아니라 주택도시기금이 정책 대출을 거의 온전히 감당했기 때문이라는 뜻도 된다. 총선을 앞둔 일종의 의도적 착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를 앞다퉈 올려
주담대 폭증세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가운데 악재가 더해졌다.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중 3월 주담대 평균금리를 연 3%대로 책정한 곳은 하나은행(연 3.71%)과 농협은행(연 3.89%) 두 곳뿐이다. 2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 중 네 곳의 주담대 평균금리가 연 3%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심지어 농협은행은 금리가 5년마다 바뀌는 고정금리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지난달 30일 연 3.43~5.63%에서 이달 2일 연 3.58~5.78%로 1영업일 만에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 은행은 금리가 5년간 유지된 이후 6개월마다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 2일부터 연 3.76~5.66%로 전월(연 3.06~4.96%)보다 0.7%포인트 올렸다.
3월 주담대 평균금리가 연 3.71%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던 하나은행도 금리 인상 레이스에서 질 수 없다는 듯 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하나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1일 연 3.368~3.768%에서 이달 3일 연 3.598~3.998%로 연 4% 턱밑까지 올랐다.
4%대로 올라간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터넷은행이라고 무풍지대일리 만무다. 인터넷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나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3월 새로 취급한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04%로 전월(연 3.81%)에 비해 무려 0.23%포인트 상승했다. 케이뱅크 주담대 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선 것은 작년 11월(연 4.34%) 후 처음이다. 케이뱅크의 경쟁업체인 카카오뱅크도 같은 달 주담대 평균금리를 연 3.78%로 전달(연 3.75%)보다 0.03%포인트 올렸다.
영끌러들,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 중
금리가 바짝 고개를 들고 있는 마당에 빚투족과 영끌러들을 더욱 낭패스럽게 만드는 건 미국이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미국 금리 인하와 관련된 전망들은 휴지통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가공할 위력과 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버무려지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한정없이 뒤로 밀리고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관련 거시지표들을 계속 들여다 볼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영끌러들과 빚투족은 너무나 오랫동안 낮은 금리만 보아왔다. 그런 영끌러들과 빚투족들에게 지난 몇 년은 고난의 시기일 것이다. 영끌러들과 빚투족은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너무 늦게 깨닫고 있다. 후회막급일 것이지만 후회가 먼저 오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