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서울 아파트 매물만 8만 4천개…신고가 보도는 ‘미끼’



서울 아파트 매물만 8만 4천개…신고가 보도는 ‘미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8만 4000건을 돌파한 후 내려오지 않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보니 시장이 되살아났다며 설레발을 치던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의 바람과는 달리 4월 들어 시장은 힘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은 소비가 도무지 꺾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거래량과 신고가를 미끼로 호객을 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에 대한 경각심이 각별히 요망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3.6.7.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3.6.7. [연합뉴스 자료사진]

 



8만 4천건을 돌파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부동산정보 서비스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4월 24일 8만 4651건을 기록한 후 지금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4월 28일 현재 아실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 4218건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8만 4000건을 돌파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매물을 던지는 매도자는 많은데 급급매나 급매가 아니고는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 보니 매물이 적체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시장 상황이다.
  

일별 온라인 매물건수, 출처 : 아실

일별 온라인 매물건수, 출처 : 아실

 

 

레거시 미디어들이 환호작약했던 거래량도 꺾여

매물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3월 반짝했던 거래량도 4월 들어 힘이 떨어진 기색이 보인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4058건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4월 28일 현재 1768건을 기록 중이다. 물론 5월 한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 흐름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서울 아파트 4월 매매 거래량은 3500건 안팎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출처 : 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아파트 거래량, 출처 : 부동산정보광장

 


자꾸 멀어져가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국내 부동산시장이 전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바다 건너 미국에선 연내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 같은 신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식품·에너지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6%를 웃돈 것이다. 2월 상승률(2.8%)과는 같다. 전월과 비교한 오름폭은 0.3%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2월의 2.5%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시장 예상치는 2.6%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전방위적 긴축기조 유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러다 보니 올해 금리 인하가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이 미국 내에서 대두되는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고해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며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지만 올해 들어 속도가 늦춰졌다”고 전했다.

NYT는 또 “예상치 못한 장애물로 인해 정책 입안자·경제학자·투자자들은 연준이 얼마나 빨리,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경우 더 강력한 물가 상승 억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는 고사하고 금리 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금리 인하는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2024.04.17. 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금리 인하는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2024.04.17. AP 연합뉴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내우외환 상태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국민경제의 급격한 추락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인데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미국의 금리 인하마저 가물가물해져가는 처지다. 한 마디로 내우외환인 셈이다.

이런 국면인데도 압도적 다수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거래량 회복과 신고가 갱신을 연일 대서특필하며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들이 물량을 털어낼 호구를 만드는데 혈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에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4월 2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