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국 경기…금리 인하 내년 3월까지 연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시지표가 나오면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락하고,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며 주식시장은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제롬 파월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도 기준금리 인하에 느긋한 태도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제로 의사결정을 하는 걸 삼가야 할 때다.
견조하기 이를데 없는 미국 경제, 내려가는 금리 인하가능성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1일(현지시간)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ISM 제조업 PMI는 17개월만에 ‘50’을 웃돌았는데 PMI는 50이 기준선이다. 이를 상회하면 업황이 확장하고 밑돌면 수축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PMI 50.3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48.1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전월치 47.8보다도 높았다.
미국 경제가 매우 견조하다는 지표가 등장함에 따라 시장은 요동을 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오는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61.6%로 전망했다. 70%대 달했던 시장의 전망도 함께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전망이 5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또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도 낮춰잡았다. 스와프 계약으로 본 금리인하 폭은 0.65%포인트로 연준 자체의 예상 폭 0.75%포인트보다 작았다.
한편 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2년 만기부터 30년 만기까지 국채금리가 모두 1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 올해 들어 가장 컸다. 2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5% 오른 4.36%로 나타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4%를 돌파하기도 했다.
금리에 민감한 증시도 하락으로 반응했다.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00% 하락한 3만9170.24를 기록하고 S&P500지수도 0.72% 떨어진 5205.81, 나스닥지수도 0.95% 내려 1만6240.45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 인하에 적대적인 요인이 추가로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뛴 것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5.15달러로 전일 종가 대비 1.7% 상승해 1.44달러로 마감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급할 것 없다’는 연준 인사들
파월을 비롯한 연준인사들도 ‘기준금리 인하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를 견지 중이다. 지난달 2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새롭게 발표된 지표들을 배경삼아 금리 인하 신중론을 천명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을 언급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해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당국자들이 확신할 때까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또한 그는 특히 “미국의 경제가 탄탄하고, 우리는 매우 강력한 성장세를 보고 있다. 우리는 결정에 매우 신중할 수 있고, 신중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FOM C위원 기준금리 전망
물가 관련 거시지표들이 속속 등장하자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입장도 변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 보도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까지 계속 하락하는 것이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더 확신을 가지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스터 총재는 “여전히 3차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리 인하 횟수조차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졌다는 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올해 3차례 금리 인하가 매우 합리적인 기준이지만 이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연준 입장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고 양적 긴축까지 하며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거시지표들은 매우 견조하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아닌 마당에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릴 까닭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해
이렇게 분위기가 급변하는 마당에 내년 3월까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시장참여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연준이 6월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BofA는 이날 공개한 노트에서 “다음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근원 PCE 인플레이션의 기저효과가 양호하지만 올해 나머지 7개월 가운데 6개월 동안은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이 6월에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3개월·6개월 금리가 떨어져도 전년 대비 PCE 인플레이션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올해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정당화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BofA는 그렇다면 3월 금리인하가 연준의 차선책이라고 본다.
이 말을 쉽게 풀면 ‘연준은 공식적으로 개인소비지출(PCE)의 연간 변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지난해 수치와 비교하면 올해 하반기 근원 PCE 가격지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6월에 금리를 못 내리면 내년 3월까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망이 맞을지 틀릴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건 분명하다. 기준금리 인하를 섣부르게 예단하고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부담이 큰 행위인지 절감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