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인플레 2% 안착 전까진 금리인하 부적절”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1월 들어 미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데 더해, 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이 전월 대비로는 1년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서비스물가의 향방을 결정지을 고용시장도 여전히 견조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내려왔다고 확신하기 전까진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치 않다고 공언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잠재 위험 관리에 비상등이 커졌다.
1년 만에 최고치 찍은 미국의 근원 PCE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3% 상승했다. 시장의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치다. 주지하다시피 개인소비지출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물가지표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문제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다. 근원 PCE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 0.4%는 지난해 1월(0.5%)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인데, 이는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제압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상승률 2%(전년 대비 기준)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월 대비 상승률이 0.2%를 넘지 않은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 1월 상승 폭은 2%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멀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1% 상승하였고 생산자물가지수(PPI)마저 예상 밖으로 크게 상승한 바 있다. CPI, PPI, 근원 PCE가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안하면 여전히 견조한 미국 고용시장
서비스물가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함이 확인된다. 미 노동부는 지난 2월 18일∼2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 주 전보다 1만 3000 건 증가한 21만 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만 건)를 다소 웃도는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해 7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작년 9월 중순 이후 20만 건대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월 11∼17일 주간 190만 5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만 5건 증가, 지난해 11월 18∼24일 주간(192만 5000건)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고용시장은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인플레 2%대 안착 확신 전까진 금리인하 적절치 않아”
한편 미 연준은 1일(현지시간)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금리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연준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것은 이례적이거나 일시적인 요인을 과장할 위험이 있다”며 “지난 1월에 6개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은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고용자수는 매달 평균 23만 9000명 증가했고, 여전히 실업률은 역사상 저점 부근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대에 안착했다는 추세적 증거를 발견하기 전까진 금리인하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 중이라 할 것이다. 개별 데이터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거시지표들의 추세적 흐름을 관찰하는 자세가 긴절하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되면 국내 부동산 시장 리스크 상승 우려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으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 되면 우리나라 부동산 PF, 해외 부동산 투자 등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4일 열린 금융감독원 주관 금융상황 점검회의는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 추이에 따라 국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미 대통령 후보 경선 등 중요한 이벤트들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잠재 위험요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장 부실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적정 손실 인식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보험사의 경우 금리변동에 민감한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와 선제적 자본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계 및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채무조정 지원을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