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연준, 통화정책 전환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 잡을까?



연준, 통화정책 전환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 잡을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으로 연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또한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을 뿐 아니라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통화정책의 전환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시장은 환호했고 미 국채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이제 관건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경기침체도 피할 수 있는 묘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다.
 


연준, 올 마지막 FOMC에서 비둘기파로 변신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사

13일(현지시간) FOMC 결과는 2022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건 이래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해 지금의 금리(5.25~5.50%)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종결됐음을 선언했고, 피벗(긴축적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건 파월 연준 의장이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정점에 도달했거나, 정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데에서 확인된다. 물론 그 발언 후 그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정정하긴 했지만, 이 발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판단해야 옳을 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랠리 이후 처음으로 피벗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신호를 보였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금리예상치(중간값)는 4.6%로 지난 9월 예상치인 5.1%에서 무려 0.5%포인트나 하락했다. 현재 기준 금리가 5.25~5.50%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베이비스텝을 기준으로 내년 중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이런 연준의 비둘기파로의 변신에 시장은 환호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연준의 매파적 성향을 감안해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도 내년 하반기이고, 회수도 2차례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가 끝나자 급락한 미 국채수익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사실상 종결하고 더 나아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며 인하 폭을 키울 거라는 신호를 주자 자산시장은 환호했다. 다우지수가 사상최고치를 뚫는 등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가격도 올랐다. 

반면 미 국채수익률은 급락했는데, 얼마전까지 5%를 터치하기도 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9%대로 속절없이 밀렸다. 미 국채수익률이 계속 밀릴지 아니면 반등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연준, 인플레는 잡고 경기침체는 피하는 묘기 부릴 수 있을까?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인플레를 확실히 잡으면서도 경기침체는 피하는 묘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통상 고공비행하는 인플레를 잡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수반되기 때문에 만약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만 잡는다면 그건 극도로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연준이 풀어내는 셈이다.

지금까지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꽤 잘 수행해왔다. 지난해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3.1%까지 끌어내리는 개가를 올렸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은 매우 견조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준은 오는 2026년에는 2%대 물가상승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파월 의장도 “현재 물가수준은 여전히 높고, 물가 상승 폭 둔화가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까지 내려오기 위해서는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가 적절하게 조응해야 한다. 공급망 회복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따라서 연준이 할 수 있는 건 수요억제 뿐이다. 파월의 “공급 정상화의 약효가 떨어지면 결국 수요 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얘긴 고용시장이 지금보다는 더 나빠져야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뜻인데 미국 경제가 소비위주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다. 고용시장이 크게 나빠지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제압하는 것이 최적해(最適解)일텐데, 그게 녹녹치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연준은 지금까지는 경기침체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잘 잡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비유컨대 100점 만점에 40점을 맞던 학생이 70점까지 성적을 끌어올리는 건 비교적 수월하지만, 90점으로 올리는 건 매우 어려운 법이다. 연준이 지금 그런 단계로 진입한 듯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12월 16일> 원문보기